엄마손가락 ⑤ · 머무르기로 한 선택

by 바이그레이스

엄마에게 결혼은

인생을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이미 집 안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에게

결혼은

새로 시작하는 일이라기보다

삶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었다.

엄마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빠는

엄마와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목소리가 컸고,

사람들 속에 있는 걸 좋아했고,

웃음이 많았다.

친구들이 많았고,

어디를 가든 사람이 따랐다.

키도 컸고,

잘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엄마는

그 옆에서

조용했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바라보는 쪽에 가까웠다.

둘은

닮은 사람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시절의 사랑은

지금처럼

마음을 세세히 묻고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 사람과 함께

삶을 건너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엄마는

그 질문을

혼자서 오래 붙들었을 것이다.


결혼식은 예식장에서 했다.

사진 속 엄마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조금 어색한 얼굴로 웃고 있다.

설렘보다는

단정함이 먼저 보이는 얼굴이다.


아빠는 그날도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띈다.

사진 속 어디에서나

아빠는 중심에 서 있고,

사람들은 그를 둘러싸고 있다.

반면 엄마는

조금 뒤쪽에 서 있다.

하지만

흐릿해지지는 않는다.


엄마는

사랑을 말로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함께 살아낼 수 있는지를 보았다.

힘든 날에 어떻게 버티는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태도로 서 있는지,

웃음 뒤에 무엇을 감추는지를.


아빠의 밝음은

엄마에게

위로였을 수도 있고,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엄마는

그 곁에 서기로 선택했다.

이미

삶의 중심에 한 번 서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결혼은

엄마를 다른 사람이 되게 만들지 않았다.

다만

이미 해오던 삶에

또 하나의 무게를 얹어놓았을 뿐이다.

이제는

자기 몫만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삶을

함께 계산해야 했으니까.


나는

사진 속 엄마를 오래 바라본다.

손은 아직 가지런하고,

얼굴에는

서두르지 않은 삶의 표정이 남아 있다.


그 단정한 얼굴이

앞으로 어떤 시간들을

지나게 될지

그때의 엄마는

아직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도망치기보다

머무르겠다는 선택으로,

이미 한 번 삶의 중심에 서 본 사람의

조용한 결정으로.


다음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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