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결혼은
인생을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이미 집 안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에게
결혼은
새로 시작하는 일이라기보다
삶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었다.
엄마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빠는
엄마와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목소리가 컸고,
사람들 속에 있는 걸 좋아했고,
웃음이 많았다.
친구들이 많았고,
어디를 가든 사람이 따랐다.
키도 컸고,
잘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엄마는
그 옆에서
조용했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바라보는 쪽에 가까웠다.
둘은
닮은 사람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시절의 사랑은
지금처럼
마음을 세세히 묻고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 사람과 함께
삶을 건너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엄마는
그 질문을
혼자서 오래 붙들었을 것이다.
결혼식은 예식장에서 했다.
사진 속 엄마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조금 어색한 얼굴로 웃고 있다.
설렘보다는
단정함이 먼저 보이는 얼굴이다.
아빠는 그날도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띈다.
사진 속 어디에서나
아빠는 중심에 서 있고,
사람들은 그를 둘러싸고 있다.
반면 엄마는
조금 뒤쪽에 서 있다.
하지만
흐릿해지지는 않는다.
엄마는
사랑을 말로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함께 살아낼 수 있는지를 보았다.
힘든 날에 어떻게 버티는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태도로 서 있는지,
웃음 뒤에 무엇을 감추는지를.
아빠의 밝음은
엄마에게
위로였을 수도 있고,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엄마는
그 곁에 서기로 선택했다.
이미
삶의 중심에 한 번 서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결혼은
엄마를 다른 사람이 되게 만들지 않았다.
다만
이미 해오던 삶에
또 하나의 무게를 얹어놓았을 뿐이다.
이제는
자기 몫만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삶을
함께 계산해야 했으니까.
나는
사진 속 엄마를 오래 바라본다.
손은 아직 가지런하고,
얼굴에는
서두르지 않은 삶의 표정이 남아 있다.
그 단정한 얼굴이
앞으로 어떤 시간들을
지나게 될지
그때의 엄마는
아직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도망치기보다
머무르겠다는 선택으로,
이미 한 번 삶의 중심에 서 본 사람의
조용한 결정으로.
다음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