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가락 ⑦ · 그 말을 들었을 때

by 바이그레이스

투석은

아빠의 몸을 붙들고 있었고,
엄마의 하루는
이미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그 무게 위에

그 말이 더해졌다.


엄마가

먼저 말을 꺼낸 건 아니었다.


의사는

아빠의 상태를 설명했고,

치료의 경과를 이야기했고,

가능한 방법들을

차분하게 나열했다.


그 말들 사이에서

엄마는
오래 고개를 끄덕이지도,
급하게 질문을 던지지도 않았다.


그저
듣고 있었다.


“검사를 한 번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새로운 제안처럼 들리지 않았다.
부탁도, 권유도 아닌
이미 남아 있던 일을
조용히 가리키는 말 같았다.


엄마는

잠시 말이 없었다.


아빠를 바라보지도 않고
탁자 위에 놓인 종이만
잠깐 내려다보았다.


탁자 위에 놓은 종이만

잠깐 내려다보았다.


엄마가 보고 있던 건

아마도
그 종이 너머의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해볼게요.”


그 말은
각오처럼 들리지 않았고,
용기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엄마는
선언하지 않았고,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말을 해야 할 사람이
말을 한 것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그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하루는 흘러가야 했고,

해야 할 일들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날 저녁도

밥은 지어졌고,

빨래는 널렸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손길은

늘 하던 대로 움직였다.


그날 병원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나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엄마에게
자기 몸은
오래 우선순위에 있지 않았다.


먼저 아픈 사람이 있었고,
먼저 필요한 집이 있었고,
먼저 감당해야 할 하루가 있었다.


엄마의 몸은
항상
그다음이었다.


그래서
그 말을 들었을 때
엄마는
달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자기 몫을
하나 더 받아들였을 뿐이다.


엄마는
그저
하루를 넘기기 위해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조용히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 일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그때의 엄마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이야기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다음 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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