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은
아빠의 몸을 붙들고 있었고,
엄마의 하루는
이미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그 무게 위에
그 말이 더해졌다.
엄마가
먼저 말을 꺼낸 건 아니었다.
의사는
아빠의 상태를 설명했고,
치료의 경과를 이야기했고,
가능한 방법들을
차분하게 나열했다.
그 말들 사이에서
엄마는
오래 고개를 끄덕이지도,
급하게 질문을 던지지도 않았다.
그저
듣고 있었다.
“검사를 한 번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새로운 제안처럼 들리지 않았다.
부탁도, 권유도 아닌
이미 남아 있던 일을
조용히 가리키는 말 같았다.
엄마는
잠시 말이 없었다.
아빠를 바라보지도 않고
탁자 위에 놓인 종이만
잠깐 내려다보았다.
탁자 위에 놓은 종이만
잠깐 내려다보았다.
엄마가 보고 있던 건
아마도
그 종이 너머의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해볼게요.”
그 말은
각오처럼 들리지 않았고,
용기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엄마는
선언하지 않았고,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말을 해야 할 사람이
말을 한 것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그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하루는 흘러가야 했고,
해야 할 일들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날 저녁도
밥은 지어졌고,
빨래는 널렸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손길은
늘 하던 대로 움직였다.
그날 병원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나는 한참 뒤에야 알았다.
엄마에게
자기 몸은
오래 우선순위에 있지 않았다.
먼저 아픈 사람이 있었고,
먼저 필요한 집이 있었고,
먼저 감당해야 할 하루가 있었다.
엄마의 몸은
항상
그다음이었다.
그래서
그 말을 들었을 때
엄마는
달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자기 몫을
하나 더 받아들였을 뿐이다.
엄마는
그저
하루를 넘기기 위해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조용히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 일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그때의 엄마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이야기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다음 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