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끝났고
결과는 아직 오지 않았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은
늘 비슷했지만
그날 이후의 시간은
조금 다른 결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엄마는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조급해하지도,
자주 병원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은 그대로였고
하루의 순서도 바뀌지 않았다.
아침이 오면
엄마는 일터로 나갔고,
집에 돌아오면
밥을 짓고
빨래를 널고
다음 날을 준비했다.
아빠는
투석을 다녀온 날이면
몸이 더 말라 보였다.
키가 컸던 사람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유난히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피부는 점점
노랗게,
검게 변해갔고 말수도 줄었다.
투석을 하고 돌아오면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마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물을 가져다주고,
이불을 덮어주고,
필요한 말을 짧게 건넨 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자리는
늘 집 안의 한가운데였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는
앞일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잘 될 거라는 말도,
안 될 경우의 이야기도
굳이 하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말이 앞서 나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그때
엄마가 아무 생각이 없다고 여겼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 침묵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생각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꾹 눌러둔 상태였다는 걸.
엄마는
하루를 쪼개 쓰고 있었다.
아침엔 일터로 나갔고,
저녁엔 집 안의 일을 정리했다.
병원비 고지서는
말없이 서랍 안에 넣어두고,
다음 달을 먼저 계산했다.
엄마의 몸은
여전히
이야기 밖에 놓여 있었다.
집 안의 일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은 뒤에야
겨우 생각날 수 있는 존재처럼.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엄마는
결정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이미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직 말로 꺼내지 않았을 뿐,
엄마의 발은
이미 멈출 자리에 와 있었다.
그때의 나는 몰랐고,
엄마도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
가장 많은 것이
조용히 정해지고 있던 시간이었다.
다음 이야기 '결정을 앞에 둔 사람'
다음 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