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가락 ⑩ · 수술실 앞에서

by 바이그레이스

수술이 예정된 아침,

엄마는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전날 입원한 병실은

밤새 조용했다.

창밖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그날의 공기는

조금 단단하게 느껴졌다.


엄마는 많이 말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들어와

몇 가지를 확인하고 나갔고,

엄마는 짧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침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도를 지나며

형광등 불빛이 얼굴 위로 차례로 스쳤다.

엄마는 눈을 감았다 뜨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는

특별한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억지로 담담해 보이려는 얼굴도,

불안을 숨기려는 얼굴도 아니었다.


이미 이 순간을

통과하기로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수술실 앞에서

엄마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은 없었다.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걱정 말라는 다짐도 없었다.


그 눈빛은

설명 대신 건네는 확인 같았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돌아설 수 없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다는 신호처럼.


문이 닫혔다.



기다림은 길었다.


이번에는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일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초침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고,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수술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고 했다.


짧은 설명이 이어졌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도는 있었지만

환희는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회복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했다.



회복실에서 처음 본 엄마는

원래도 체구가 작고 마른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더 작아 보였다.


그때의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나이였다.


나는

그 사실보다

엄마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무서웠다.


그 선택이 옳은지 아닌지보다

엄마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아이였던 나를 붙잡았다.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마른 채였다.

눈을 천천히 뜨더니

아주 잠깐 주위를 살폈다.


그 시선이

나를 지나갔는지,

어디를 향했는지

지금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손이 아주 약하게 움직였고

나는 그 손을 붙잡았다.


그 손은

따뜻했지만

힘이 거의 없었다.



이식 이후의 시간은

기적처럼 극적이지 않았다.


통증이 있었고,

약을 먹는 시간이 늘었고,

몸은 이전과 다른 속도로 반응했다.


엄마는

그 변화를 과장하지 않았다.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고,

특별한 일을 해낸 사람처럼 굴지도 않았다.


그저

주어진 몸으로

하루를 다시 배워가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그날을 떠올리면

수술 장면보다

병실의 흰빛을 먼저 기억한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엄마의 얼굴.


아빠에게 신장을 내어준 날이 아니라,

엄마가

자기 몸과 함께

다시 살아보기로 한 날로

나는 그날을 기억한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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