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가락 ⑫ · 다시 웃던 시간

by 바이그레이스

아빠가 떠난 뒤

우리 셋은

생각보다 많이 웃었다.


집은 한동안 조용했다.


장례를 치르고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가자

집 안의 움직임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 시간이 지나자

집은 다시

세 사람의 집이 되었다.


엄마와 나,

그리고 여동생.


엄마와 딸이라기보다

세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집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많았다.


저녁이 되면

셋이 함께 밥을 먹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식탁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나는 일터의 이야기를 했고

여동생은 학교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가끔 웃으며

그 이야기를 들었다.


별것 아닌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시간에는

이상하게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가끔은

늦은 밤까지

셋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웃다가

조용해지기도 하고

다시 웃기도 했다.


그 시간 속에서

엄마의 얼굴은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


마치

오랫동안 긴장을 붙잡고 살던 사람이

조금은

숨을 내려놓은 것처럼.


어느 날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큰 말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그저 지나가듯 건넨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할 때

엄마의 얼굴은

정말 편안해 보였다.


집에는

웃는 날이 많았다.


큰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평범한 시간들이

생각보다 오래

집 안에 머물렀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의 몸에서

또 다른 일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우리는

아직 알지 못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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