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가락 ⑬ · 떠난다고 말한 날

by 바이그레이스

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몰랐다.


그게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속이 쓰리다며 병원을 다닌다는 건 알고 있었다.

검사를 몇 번 더 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위염쯤이라고 생각했다.


그 무렵

엄마는 자주 말했다.


“요즘이 제일 좋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행복은

이제야 자리를 잡은 줄 알았다.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친구들이랑 잠깐 다녀올게.”


여행이라고 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엄마는

갑자기 떠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약속은 미리 말했고,

계획은 차근차근 설명하는 사람이었다.


그날은

너무 간단했다.


행선지도 흐렸고,

함께 간다는 사람도 분명하지 않았다.


나는

그 가벼움이 낯설었다.


그래서

따로 알아봤다.


병원 이름을 확인했고,

일정을 묻고,

남겨진 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단어를 듣게 되었다.


위암.



여행은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엄마의 웃음이 달라 보였다.


행복하다고 말하던 저녁,

셋이 함께 웃던 식탁,

괜히 더 다정해졌던 말투.


그 모든 시간이

이미 끝을 알고 지키고 있던 시간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혼자 알고 있었다.


혼자 병원을 다녔고,

혼자 설명을 들었고,

혼자 날짜를 정했다.


왜 말하지 않았는지

묻지 못했다.


그게

엄마의 방식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엄마에게 화가 났다.


아프다는 사실보다

혼자 버텼다는 게

더 아팠다.


왜 나를 빼고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


위암이라는 단어보다

그 고독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괜찮아.”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이제는 위로가 아니었다.


괜찮은 사람이

여행을 핑계로

수술을 준비하지는 않는다.


행복은

깨지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모양을 바꾸었다.


나는

그날 이후

모르고 있는 딸로 남아 있지 않았다.


엄마가 혼자 버티던 시간을

이제는

함께 견뎌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다음 이야기는

다음 주 목요일 저녁 7시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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