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날짜가 정해진 뒤로
집 안의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게 달라졌다.
누구도 크게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제는 말로 미루거나 웃음으로 덮을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엄마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움직였다.
아침을 차리고, 전화를 받고,
필요한 것들을 정리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낯설었다.
몸 안에서는 이미 병이 자라고 있었는데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생각했다.
저 몸은 이미 한 번 비워진 적이 있다.
아빠에게 건넨 신장 하나로
버텨온 시간 위에,
이번에는 또 다른 상실이 더해질 예정이었다.
수술 당일 아침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짧았지만
그 안에서 마음은 오래 걸렸다.
엄마는 창밖을 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위로가 될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나는
엄마의 숨소리를 세고 있었다.
병실에 누운 엄마는
유난히 작아 보였다.
원래도 체구가 작은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더 가벼워 보였다.
마치 몸이 아니라
시간 위에 누워 있는 사람 같았다.
의사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위를 전부 제거해야 한다고,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은 또박또박했지만
그 말이 가리키는 미래는 흐릿했다.
이제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먹어야 하고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수술실로 향하는 침대가 움직일 때
나는 엄마의 손을 잠시 붙잡았다.
그 손은 따뜻했고
그 온기는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며 웃으려 했지만
그 웃음은 완전히 닿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숨을 깊이 쉬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 늘어졌고
병원 복도는 지나치게 밝았다.
나는 의자에 앉아
엄마의 몸을 떠올렸다.
이미 한 번 잃었던 자리 위에
또 하나의 빈 공간이 생길 몸.
그 몸이 앞으로도 나를 안아줄 수 있을지
그 생각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수술은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더 길었다.
의사는 마침내 나와
수술이 잘 끝났다고 말했다.
전부 제거했다고,
이제 회복을 기다리면 된다고.
그 말이 끝났을 때
나는 이상하게 울지 않았다.
대신 가슴 안에서
무언가 천천히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의 몸이 또 한 번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이
그제야 현실이 되었다.
병실로 돌아온 엄마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창백했고
숨은 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신장 하나로 버텨온 몸이
이제는 위 없이
새로운 방식을 배워야 하는 몸이 되었다.
나는 그 곁에 앉아
오래 바라보았다.
강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 아니라
잃어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걸
그날
조금 더 또렷하게 알게 되었다.
엄마의 몸은 계속 비워지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살아 있으려는 의지였다.
그리고 나는
그 몸이 지나가야 했던 시간을
조용히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