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가락 ⑭ · 몸에서 지워진 자리

by 바이그레이스

수술 날짜가 정해진 뒤로

집 안의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게 달라졌다.


누구도 크게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제는 말로 미루거나 웃음으로 덮을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엄마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움직였다.

아침을 차리고, 전화를 받고,

필요한 것들을 정리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낯설었다.


몸 안에서는 이미 병이 자라고 있었는데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생각했다.

저 몸은 이미 한 번 비워진 적이 있다.

아빠에게 건넨 신장 하나로

버텨온 시간 위에,

이번에는 또 다른 상실이 더해질 예정이었다.



수술 당일 아침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짧았지만

그 안에서 마음은 오래 걸렸다.

엄마는 창밖을 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위로가 될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나는

엄마의 숨소리를 세고 있었다.



병실에 누운 엄마는

유난히 작아 보였다.


원래도 체구가 작은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더 가벼워 보였다.

마치 몸이 아니라

시간 위에 누워 있는 사람 같았다.


의사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위를 전부 제거해야 한다고,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은 또박또박했지만

그 말이 가리키는 미래는 흐릿했다.


이제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먹어야 하고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수술실로 향하는 침대가 움직일 때

나는 엄마의 손을 잠시 붙잡았다.


그 손은 따뜻했고

그 온기는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며 웃으려 했지만

그 웃음은 완전히 닿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숨을 깊이 쉬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 늘어졌고

병원 복도는 지나치게 밝았다.


나는 의자에 앉아

엄마의 몸을 떠올렸다.


이미 한 번 잃었던 자리 위에

또 하나의 빈 공간이 생길 몸.


그 몸이 앞으로도 나를 안아줄 수 있을지

그 생각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수술은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더 길었다.


의사는 마침내 나와

수술이 잘 끝났다고 말했다.

전부 제거했다고,

이제 회복을 기다리면 된다고.


그 말이 끝났을 때

나는 이상하게 울지 않았다.


대신 가슴 안에서

무언가 천천히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의 몸이 또 한 번의 시간을 지나왔다는 사실이

그제야 현실이 되었다.



병실로 돌아온 엄마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창백했고

숨은 고르게 이어지고 있었다.


신장 하나로 버텨온 몸이

이제는 위 없이

새로운 방식을 배워야 하는 몸이 되었다.


나는 그 곁에 앉아

오래 바라보았다.


강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 아니라

잃어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걸

그날

조금 더 또렷하게 알게 되었다.


엄마의 몸은 계속 비워지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다.


살아 있으려는 의지였다.


그리고 나는

그 몸이 지나가야 했던 시간을

조용히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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