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해보면 취업 준비에 필수 과목으로 식물 관리가 필요할 듯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경찰공무원에 합격한 내 친구, K.
친구가 노량진에서 공부하던 시절 종종 놀러 가서 가성비가 엄청난 노량진만의 부대찌개를 먹고,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연애했던 썰을 풀었다가 나한테 잔소리를 옴팡 먹기도 했던 친구가 작년에 드디어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 아들놈이 합격한 듯 너무 기뻤었다. 장하다, 내 친구 K!
그 뒤로는 SNS를 통해서 진짜 경찰이 되어 열심히 교육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파출소에 배치받고 온 카톡에 웃음이 풉-하고 튀어나왔다. 승진을 축하한다는 리본을 정갈하게 매단 동양란 4개가 조르륵 있는 사진을 보내고, 얘네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냐는 질문이 온 것이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시민을 지키랬더니 첫 임무가 난 지키기냐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문득 나의 신입사원 시절도 생각이 났다. 막내들에게 할당 된, 물주기 업무. 상무님 방에 있는 동양란을 모두 화장실로 옮겨가서 대야에 담겨두고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같았다면 동양란 키우기 썰을 상무님께 풀어서 사랑을 받았을 텐데, 그 당시에 나는 멋진 커리어우먼만을 꿈꿨기에 어지간히도 썽이 났었었다.
매년 1월은 인사 발령 시즌으로 나에게도 승진 축하를 위한 식물 주문이 들어온다. 저렴하지만 가능한 화려하게, 아니면 작아도 무조건 제일 비싼 거라는 양극의 주문 패턴을 지닌 승진 축하 관련 식물 주문. 식물일에 있어서 비수기에 속하는 한겨울, 무슨 주문이든 나야 무조건 감사하지만 가끔은 어떻게 해야 그 축하의 마음이 진심으로 담길지도 참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한 번은 추운 날씨에 얼어버린 동남아 태생의 식물 사진이 카톡으로 날아들어왔다. 지인분이 이 식물의 이름과 왜 이렇게 되었는지,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다급하게 질문을 하셨는데, 내가 보기엔 살아날 가능성은 낮아 보였지만 꼭 살려야 된다고 하셨다. 이유는 그 식물도 그곳의 높은 분께서 승진 기념으로 받으신 식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골칫거리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식물이기도 한 것이다.
상황을 알고 나니 나도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안내드렸다. 이 지인분과는 단체로 만났기에 따로 연락할 일이 없는데, 이렇게 식물을 매개로 자주 안부를 듣고 물을 수 있어 참 좋다.
다시 내 친구 K와의 대화로 돌아와 본다. 자신이 자처를 한 건지, 할당된 임무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식물 하는 친구로서 디테일을 전수해줬다. 문득 승진 때마다 들어오는 난, 사무실에 수많은 실내식물들을 생각해보면 공무원 시험이든, 취업시험이든 식물 관리 과목을 넣어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식물 관리는 전문 관리 업체도 많지만, 대부분 막내들이 담당하지 않던가. 혹시 전문 관리 업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세요!
그리고는 어떤 아이가 제일 좋은 난이냐고 물어보는 친구. 무늬 있는 거라는 간단한 나의 답에 내 친구는 처음 발령받은 그 파출소에서 조금 쓸만한 녀석이 들어왔네라는 칭찬을 받았으면 한다.
너는 시민을 지켜라, 식물은 내가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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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식물다방 마담보리입니다:)
40년 가까이 식물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원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직접 길러낸 식물과 트랜디한 식물들을 종로꽃시장에서 판매했습니다. 그러다 제대로 식물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에 2020년 편입을 통해 두번째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현재 열심히 원예디자인 학부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학업을 하면서 동시에 [바이그리너리]라는 브랜드를 통해 카페, 전시, 무대, 웨딩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원예치료사로서는 꿈의학교, 초등학생 스쿨팜 교육과 weeclass청소년, 특수학급 , 어르신 대상으로 식물을 매개로 한 원예치료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의 작가이자, 농민신문의 오피니언 외부 필진으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채널 <식물다방 마담보리>를 운영,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고,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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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곁에 있고 싶은 당신을 위한 모든 것, [바이그리너리]에서는
식물 기반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식물다방]을 함께 운영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