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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서울, 도시에 참여하는 조금 다른 방법

시민중심의 창의적인 도시만들기

2021년 오늘의 도시에는 전체 세계 인구의 절반이상이 살고 있다. 아주 오래전 강과 비옥한 땅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의 시작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능적인 형태와 목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그렇게 18세기 중반 런던에서 시작된 메트로폴리스형 도시구조는 훨씬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모더니즘 도시계획'에 의한 도시 개발은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 부작용으로 범죄나 전염병 등 예상하지 못한 도시문제들을 야기하게 될 뿐 아니라, '국제주의 양식'으로 인해 모든 대도시의 형태마저 닮아가고 있는 모습마저 볼 수 있다. 이렇게 장소성, 지역성을 잃어가는 도시의 모습은, 지나친 결정론적 시각으로 인간을 기능적으로만 판단한 '모더니즘 도시계획'의 한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Le Corbusier’s project “La ville radieuse(1935)”, http://www.archiobjects.org/



최근 도시형태와 인간의 경험을 분리시키려는 경향은 대규모 도시로부터 시작되어, '사람중심의 도시'라는 이야기는 더이상 어색한 주제가 아니게 되었다. 유기적인 도시민들의 활동은 그들이 도시에 참여할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시가 될 수 있는 것이며, 어린아이부터 노인층까지 도시에 사는 모두가 주인이 되어 함께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성'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회문화적 습성을 담게 되며, 멀지 않은 미래에는 그를 중심으로 계획되는 도시의 모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휴먼스케일이 고려된 도시이미지, http://byhaans.com



현재의 시민들이 도시에 참여하여 그들만의 지역성을 만들어 가는 방법에는 이미 여러가지가 있다. 투표를 통하여 더 나은 계획을 가진 대표자를 선출하거나, 시에서 주최하는 워크샵에 참여하여 이야기하는 법, 그리고 직접 도시와 연락을 취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발적인 소통창구들과 함께 이러한 방법들은 결과적으로 각각이 요구한 변화의 반영을 경험하기 쉽지 않으며, 충분히 수렴할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도시 또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다행히도 스마트폰과 인터넷 망의 높은 보급율과 더불어, 플랫폼을 통한 직접적인 소통, 집단지성을 통한 의견의 가중치 부여, 사물인터넷의 보편화 등 일반 도시민들과 도시 사이의 간격을 줄 일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잘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도시들이 이미 그들의 플랫폼과 오픈소스들을 활용하여 도시데이터의 공유와 참여를 돋구고 있는데, 이 글을 통해서는 극적인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두 도시, 파리와 서울을 인간의 경험을 기준으로 비교하여 장단점을 언급하려 한다. 시민중심의 도시계획을 지향하는 두 도시의 참여형 플랫폼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PARIS IDEE 효율적이고 심플하게 구성된 시민참여 페이지, http://idee.paris.fr/


먼저 자유의 상징 프랑스, 파리에서 운영하는 PARIS IDEE(https://idee.paris.fr/)이다. 첫페이지에서는 이 페이지의 취지를 간략하게 보여주는 내용과, 뉴스, 그리고 시민참여 이렇게 크게 3가지 구성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시민참여가 가능한 지역을 이미지 중심으로 나열하고, 그 나열된 안건들은 진행 상황과 함께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 투표, 참여자 등의 수를 보여주고 있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한 이래로, 2021년 3월 현재 60개 가량의 안건들이 올라와 활발한 의견을 준 것을 볼 수 있는데, 


근거리 중심 환경에 관한 페이지(좌)와 파리시 공공공간에 관한 의견 수렴(우) 페이지, http://idee.paris.fr/


흥미로운 점이 2가지 정도가 있다. 한가지는 'Embellir votre quartier' 라는 기획으로 반경 약 1km정도 되는 작은 단위의 공간에 집중하는 도시참여 기회이다. 각 항목의 상세페이지에서는 현재까지 참여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볼 수 있고, 본인이 직접 위치를 기반으로 작성할 수 있었다. 각 지역별로 해당하는 자치구의 예산에 따라 가용범위가 다른 것 또한 눈길이 가는데, 예를들어 파리11구에는 의사표현할 수 있는 의견의 항목이 4가지인 반면, 파리17구에서는 10개가 넘는 항목의 카테고리에 관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그 항목들은 접근성이나 이동성, 문화와 같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한 내용부터, 동식물, 청결, 스포츠, 안전 등 평소에 불편을 느끼는 상황들까지 꽤 세부족으로 나눠져 있었고,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인지 혹은 그저 이 일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표시와 함께 관련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후속 조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따라 올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세심한 배려를 볼 수 있었다.


또 한가지 현재 진행중인 재밌는 항목은, 벤치의 디자인이나 파리를 상징하는 색, 그리고 바닥재에 대한 종류까지 공공공간에 대한 변화에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있다. 2021년 3월 10일 등록된 이 게시물에는 마감까지 100일이 남은현재, 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의견을 남기며 투표를 하고 있었다. 의외였던건, 정작 우리집 대문 앞 도시환경의 문제를 이야기해봤자 듣지 않는 지자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들로 느껴왔던 내게 신선한 충격처럼 다가왔다. 물론 참여자의 수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 참여자들의 질적인 의견들에서 도시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마음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지와 명확한 장소를 중심으로 선택이 쉽도록 만들어놓은 이 플랫폼은 큰 디자인적 구성없이 단순하지만 시민들이 의견을 내는데에 있어서는 가장 효과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서울맵(좌), https://map.seoul.go.kr/ 과 민주주의 서울(우), http://democracy.seoul.go.kr/


IT강국, 한국의 서울에서도 방대한 정보의 양과 함께 지도 베이스의 '스마트서울맵(https://map.seoul.go.kr/)'과 의견 중심의 '민주주의 서울(http://democracy.seoul.go.kr/)'이라는 두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서울맵'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서울의 정책, 녹색교통, 둘레길, 봄꽃길, 파출소, 무인민원발급기 등의 생활지도 그리고 정책지도나 측량지도 등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필요할만한 거의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모아둔 플랫폼이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정보들 사이로 심지어 '시민참여지도'의 이름으로 데이터를 추가를 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사용방법을 알기가 어려워 아쉽게도 사용해보지 못했다. 


반면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들의 의견에 집중하고 그 의견에 반응하는 다른 시민들의 양적 데이터를 확인하는 구성을 하고 있었다. 2017년 10월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민제안'은 현재 8,600개가 넘는 의견이 남겨져 있었고, 필터링을 통하여 100명이상이 공감한 아이디어를 '공론장'으로 옮겨 공론화하게 되어 있는 개념. 제안을 남기는 항목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회원가입을 하려했지만, "역시나" 해외에서 접속하는 관계로 휴대폰인증에서 막혀 가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제안들을 살펴보자면, 내용을 작성하고, 30일동안 공감을 받을 받아 공론화될 수 있는 상태로 남겨져있는 개념으로 보였다. 공감의 수와 상관없이 담당 부서에서 답변을 달 수 있는 구조인 것과 동시에, 공감이 없으면 좋은 의견이라 할 지라도 공론화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누적 데이터의 양으로 의견의 중요성에 대한 가중치가 달라지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산업지역의 도시재생을 위한 참여디자인(2019), http://byhaans.com/

프랑스에서 이수한 석사과정의 졸업논문과 졸업작품을, 시민들의 참여형 디자인에 관한 주제로 선택하기도 했고 '도시디자이너'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한 이후로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두 도시의 시민참여 플랫폼의 장단점과 특징을 다시한번 짧게 정리해보자면, 파리의 '파리 아이디(PARIS IDEE)'는 시민이 이야기하고 싶은 장소나 원하는 때에 능동적으로 의견을 남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자체의 "적절한 개입"으로 예산과 개발계획의 틀 안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으로 도시 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준비가 된 플랫폼으로 사료되어진다.


한편 서울의 '스마트서울맵'에서는 필요한 분야의 원하는 정보를 얻기에 충분하리만큼 공공의 데이터를 쉽게 열람할 수 있고, '민주주의 서울'에서는 유기적인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요구할 수 있는 창구가 되는 측면에서 다각도로 준비된 시스템이라는 인식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디자이너인 제가 사용하기에도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게 느껴져, 비전문가나 연세가 있으신분들의 접근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시민참여형 도시플랫폼의 이상적인 모습을 위한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론 각 도시의 인프라와 시민들의 사회적 인식, 도시의 정책적 운용 등 현황에 맞게 준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두가지 사례를 통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려 한다.


1. 시민들의 참여에 의한 양적데이터보다는 질적데이터를 향한 집단지성의 활용

도시는 기본적으로 좁은 단위의 개발계획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중심의 디자인을 하기 어렵다. 사용자(User)가 있으면 피사용자(Anti-user)가 더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든 사람의 의견이 고려되야하는 이유에서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게 될 것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도시에서는 수많은 의견 중 관심을 많이 받은 의견에만 집중하곤 한다. 하지만, 그보다 상황의 조건을 좁혀 선택의 폭이 이미 좁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면, 무관심에 지나칠지 모르는 질적인 데이터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 '1 vs 다수' 맞춤형 반구조적(Semi-structured) 개입의 필요성

비슷한 이야기로 도시에서 모든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시민들에게 던지는 질문에서부터 단계적인 개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그룹을 나눠 "질문의 방"을 따로 나누어 참여자들이 분리되는 것은 조심해야 하는데, 지자체에서는 주어진 환경과 계획된 예산에 맞는 수준의 "틀(frame)"안에서 관대하지 않은 "시민참여 놀이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지자체에서는 '목적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3. 쉬운 접근성과 채워질 빈 자리

요즘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누가 도시에 의견을 전하기 위해, 시청에 지하철타고 가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신문고를 찾아 의견을 남기고 싶어할까? 쉽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정보로 가득찬 화면에서 주저하며 시간낭비를 할 여유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민으로서 도시의 올바른 분야에 기여하고 싶도록 자리를 비워두어야 할 것이다. 참여형 플랫폼은 정보만를 주는 곳이 아니다. 남녀노소 쉽게 찾아와 그들의 주변에 처한 문제를 쉽게 이야기하고 그 의견의 변화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후속 조치(Follow-up)가 따르는 플랫폼

더이상 건설된 인프라와 지어진 건축물이 도시를 의미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유기적인 도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도시는 다음 달에 완료되는 일회성 공사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 참여하는 시민들과 도시는 긴밀히 연결되어있어야 하고, 맞춤형 정보가 전달되어 도시의 변화에 함께 참여하고 있음을 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를 통해 직접 제공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것은, 그들이 그들의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5. 창의적인 시민참여와 도시디자이너

마지막으로, 도시의 변화는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인 시민참여는 단순히 시간이나 정보의 제한 속에서 체계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기피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도시는 흥미롭고 능동적인 시민 참여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고, 그것은 창의적인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도시디자이너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언급하고 싶다.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의 포지셔닝 못지않게, 시민들의 참여를 돋구고 도시의 내일을 위한 '시민중심의 접근법(Citizen-Centric Approach)'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중심의 도시란, 창의적이고 활력넘치는 도시는 의미합니다. 




[참고 웹페이지]

- 민주주의 서울 : http://democracy.seoul.go.kr/

- 스마트서울맵 : https://map.seoul.go.kr/

- 서울 시민참여 지도 : https://map.seoul.go.kr/smgis2/short/6N257

- Nouvelle esthétique pour Paris : donnez votre avis ! : https://www.paris.fr/pages/vers-une-nouvelle-esthetique-parisienne-pour-transformer-le-paysage-urbain-15846

- PARIS IDEE : https://idee.paris.fr/

- 도시디자이너 한승훈 웹 포트폴리오 : http://byhaa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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