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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적절한 사용에 대하여

by 해진

꽃병의 물을 갈아주다가 내 코에 기분 좋은 장미향이 훅 날아와 앉는다.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는 칭호로 익숙하기도 하지만 그 향도 다양해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꽃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향은 인간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때로는 편안함을 유발하는 하나의 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아하는 꽃들을 자주 사서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기를 의도적으로 음미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여 꽃에다 코를 박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 모두 살아가면서 매일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우리는 꽃병의 물을 갈아 주면서 그곳에 담겨 있는 꽃들의 향기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아무리 어여쁜 꽃들이라도 때가 되면 모두 시들어버릴 테고 그들이 갈 곳은 단 한 곳, 뚜껑을 열면 악취가 상존하는 쓰레기 통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기에 연연한다. 세상에는 늘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기만 우리 주위를 맴도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인간이 향기가 있는 것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어 향기를 느끼는 자의 기분을 상향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본질적으로 향기롭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에 가서는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썩어 문드러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풍기는 악취를 감추기 위해 그것들을 불에 태우기도 하고 땅속 깊은 곳에 묻어버리기도 한다. 현대의 과학 기술로 그것들을 화학적으로 분해해서 악취들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도 이미 존재한다. 사람도 결국에는 슬프지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부류에서 예외가 아니다. 물론 인권의 차원에서 인간에 대해 논하려 할 때는 확연하게 다른 자세로 임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향수'를 발명한 것은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라 간주할 수 있다. 향수의 발명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냄새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한두 가지 비슷한 향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에 시너지 효과까지 더해 타인에게 어필할 수도 있는 이득도 있다. 특히 연애를 하는 젊은 커플들이 자신의 체취를 커버하거나 매력을 더 하려고 할 때 향수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들이 운집해 있는 지하철 같은 장소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지만 향수란 물건은 묘해서 각종의 다른 제품들의 특성들이 서로 뒤엉키게 되는 환경에서는 그 향들의 비정상적인 조합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불쾌감이나 심하면 가벼운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고기를 자주 먹어서 비교적 동양인 보다 체취가 강한 서양인들의 디오드런트(체취제거제)에 대한 믿음은 가히 신앙의 수준이어서 과용을 하는 사례가 동양인들의 그것보다 빈번하다.


그러한 강한 체취제거제의 냄새를 기피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는 것을 알고 향수나 디오드런트의 과량 사용을 자제하면 좋겠지만 정작 그 향에 익숙해진 본인은 자신의 냄새의 정도를 객관화시키지 못하므로 그 결과 자신의 향으로 타인에게 고의성이 부재한 테러를 가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상예보에서 기온을 말할 때도 실제 온도와 체감 온도를 구분해서 사용하듯이 냄새에도 체감지수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줄어들 것이다. 같은 종류의 향이라도 자신의 신체가 뿜어내는 고유한 체취와의 조합을 염두에 두고 사용량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향의 현명한 사용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적어도 공공장소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타인을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향을 잘 선택해서 그 양을 조절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Photo by Laura 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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