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짝사랑

by 해진

문과 대학 앞

잔디밭

후미진 곳에서


너는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려고


눈 한번

깜빡거리지 않고

서 있었지


그때 너는

마치

단 한 번의

눈 깜빡임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


아니야

(아닐 거야}


만약 그랬다면

너와 나의 눈이

마주칠 때마다

너는

나로부터

왜 고개를 돌렸는지

난 지금도 모르겠어


허망했던

눈 마주침


그렇게 내 눈을 피해 간

조용한 네 눈에는

무언가 있었지만


그 순간이 너무 짧아

내 눈길을 피해

도망가던


너의 눈에 담겨 있었던

희미한 외로움을


난 읽지 못했던 거야


내가 너를

바라보기 전에도


너는

늘 그 자리에 서서


먼 곳에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고


그런 너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사라지고 생성되는

사물의 이치를 내가 아직

깨닫지 못한 때여서일까


내가 너를 향해

조그마도 미소라도

보냈더라면


무언가 새로운 일이

태어날 일이

우리와 함께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끝내


너를 향해


웃지 않았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