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서서 생각한다
오늘의 이 강물은
어제의 그 강물이 아니다
오늘 이 강가에 서 보지 않았다면
이 평범한 사실을 가슴 깊이 깨달을 수 있었을까
우리네 인생도 이같이 흘러
우리 안에 항상 새로운 강물을 싣고 달려야 할 텐데
이제 강가에
무수히 피어 있는
봄꽃들에 눈이 머무른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우리를 꼼짝 달싹도 못하게 하는
그 순간에도
봄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꽃들을 바라보며 애잔해진다
한철 피었다 속절없이 지는 꽃들도 이러할진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꽃이 언제 피어나는지 알 수 없어도
모든 꽃들이 한순간에 봉오리를 여는 것 같아도
씨앗 속에는 이미 그들이 꽃으로 피어날
모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우리도 막힘없이 흐르면서
가슴에 늘 흐르는 강물을 품고 살아가야겠다
우리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씨앗이 꽃이 되고 열매가 되는 이치를
알아가야만 하겠다
자연은 항상 우리의 스승이다
늘 순환하는 것에는 썩어나가는 것이 없나니
강물이
가던 길을
거스르지 않고 흐르듯이
꽃들이
계절을 어기지 않고
찾아오듯이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가만히 눈을 감으며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