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강가에 서서

by 해진


강가에 서서 생각한다

오늘의 이 강물은

어제의 강물이 아니다


오늘 이 강가에 서 보지 않았다면

이 평범한 사실을 가슴 깊이 깨달을 수 있었을까


우리네 인생도 이같이 흘러

우리 안에 항상 새로운 강물을 싣고 달려야 할 텐데


이제 강가에

무수히 피어 있는

봄꽃들에 눈이 머무른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우리를 꼼짝 달싹도 못하게 하는


그 순간에도


봄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꽃들을 바라보며 애잔해진다


한철 피었다 속절없이 지는 꽃들도 이러할진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꽃이 언제 피어나는지 알 수 없어도

모든 꽃들이 한순간에 봉오리를 여는 것 같아도

씨앗 속에는 이미 그들이 꽃으로 피어날

모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우리도 막힘없이 흐르면서

가슴에 늘 흐르는 강물을 품고 살아가야겠다


우리도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씨앗이 꽃이 되고 열매가 되는 이치를

알아가야만 하겠다


자연은 항상 우리의 스승이다


늘 순환하는 것에는 썩어나가는 것이 없나니


강물이

가던 길을

거스르지 않고 흐르듯이


꽃들이

계절을 어기지 않고

찾아오듯이


우리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가만히 눈을 으며

두 손을 모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