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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

by 해진

오늘

나를 품고 있는

이 지구별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요


지금까지 내게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같이 느껴지고


내가 이곳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지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내가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맛보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기도

했던 것들인데도


내 앞에서 속절없이

모두 사라져 버렸으니


보지 못한 것은 믿지 못하는

내 마음을 그 누구도

탓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무서워요

마치 커져가는 비눗방울이

언제 터져 버릴지 몰라

조바심하는 아이처럼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으니


무엇이 현존이고

무엇이 현실인가요


지금 이 두렵기만 한 시간들이

나의 현존의 느낌을 통과하지 않고는


래의 그 어떤 것도

나의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순간을 놓쳐 버리면

나를 스쳐간 이 시간들이


나를 이방인처럼

낯설어할 것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는 나는

인생의 방관자일까요


P.S.

앞으로 다가올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절대 놓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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