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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by 해진

위기(crisis)는

뱀이 허물을 벗는다는 뜻이다

뱀의 허물은 눈물겨운 생존의 증거이다


상처 입고 더러운 세균으로 감염된 껍질을

벗어던지지 않으면

뱀은 결국 죽고 만다


우리에게도 이런 허물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온몸에 보이지 않는 허물을 뒤집어쓰고도 잘 만 살아간다


이 허물이 장차 자신의 숨통을 조일 것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우리는 뱀의 허물을 보고 마치 뱀을 본 것처럼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허물을 벗어야 할 때

허물을 벗은 뱀은

그때부터 생명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된다


그러나 재 때 허물을 벗지 못한 우리에게는 가차 없는 생의 위기가 예약되어 있다


이 삶의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우리도 뱀처럼 우리의 허물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것이다


이처럼 벗어던져야 할 허물을

우리는 오히려 옷인양 입고 산다


뱀의 허물은 징그럽다 하며 피해 가면서

우리가 감추려는 허물은 더 혐오스럽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


때론 알고도 모른 체한다


허물 속에 갇혀 오염되어 있는

우리 자신을 직시하지 않으면

우리는 곧 삶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뱀이 허물을 벗고 새 삶을 맞이하듯이

우리도 적시에 허물을 벗고


그 허물로 인하여 맞닥뜨릴 수 있는

인생의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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