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s theft."
예술가처럼 훔쳐라.
-Austin Kleon
예술은 절도 (竊盜)다.
-Pablo Picasso
훔친다는 말과 예술가라는 말은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왜 이런 말을 우리가 다 아는 유명한 작가들이 했을까 짐작이 간다.
성경에서도 "해 아래 새것은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라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언어와 문자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더욱더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은 상식의 선에서 거의 뻔하다. 작가들의 언어에 대한 사용 범위는 그런 상식적인 위치에서 어느 정도 상향된 범주에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엄연한 한계가 존재한다.
아무리 화려한 필력을 자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문장에서 단어와 단어를 조합할 때 적절하지 못함을 느끼고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려고 해도 그것이 불가능으로 다가올 때가 많은 것이다. 자신의 언어구상 능력에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되면 예전부터 써온 단어들이나 그들로 구성된 문장에 거부감이 들더라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사용할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작가로서 참 슬픈 일이다 어느 작가인들 산뜻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언어나 문장을 구사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런 위기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필력이나 경험이 뛰어난 다른 작가들의 글들을 찾게 된다. 책이란 형태로 혹은 인터넷에 그들의 이름으로 올려진 e-book을 통해서...
우리가 이런 상황에 '절도'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아래 글이 명쾌하게 설명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Steal Like an Artist'의 작가인 '오스틴 클레온 (Austin Kleon)'이 자신의 저서 머리 부분에 인용하여 올린 것을 나 또한 이 책의 번역본이 없는 걸로 알고 원어로 발췌해 재인용하여 여기에 올린 것이다
"Immature poets imitate;
mature poets steal; bad
poets deface what they take,
and good poets make it into
something better, or at least
something different. The
good poet welds his theft into
a whole of feeling which is
unique, utterly different from
that from which it was torn."
번역은 하지 않겠다. 재량 껏 읽어 주시길 바란다. 번역을 하다 보면 이 글이 주는 참 의미가 반감될 수도 있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이므로.
이 글을 쓴 작가인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은 미국과 영국의 국적을 가졌던 저명한 시인이며, 비평수필가이고 극작가였다. 1948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문학의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필력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여러모로 보아 영문학사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라 하겠다.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글인 '사월은 잔인한 달'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도 이런 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으로 볼 때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은 앞으로 더욱 겸손한 태도로 작품제작에 임해야 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동시에 이 글은 시대적인 거장인 그의 다양한 저술활동의 산 경험에서 필연적으로 나온 표현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서 더욱 숙연해진다. T. S. 엘리엇이 쓴 이 짧다면 짧은 글을 읽으면서 그와 공감을 하면서 그로부터 내가 얻은 영감이 나의 글쓰기의 태도에 대한 또 다른 영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Steal Like an Artist'
나는 이 책의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것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에서는 작가의 길을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피카소가 언급한 '절도'를 좋은 의미로 승화(?)시켜야 하는 작업이 모든 작가가 필연적으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니 참으로 기가 막히기도 하다.
세상에 좋은 도적질이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실 만은 인정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면 흔쾌히 받아들여서 즐길 수밖에...
자, 오늘은 어떤 글을 내 글로 가져와 그것들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나만의 아름다운 색을 덧입힌 다음 세상에 하나뿐인, 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 한 글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 말은 어떤 작품의 모든 요소가 이런 것들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된다. 다만 작가라는 길을 걷다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아니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럴 때 오스틴 클레온의 이 책의 제목을 기억하면 마음의 위로가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현명한 작가님들, 내 글의 뼈대를 바꾸어 끼고 태를 바꾸어 쓸 준비가 되셨나요?
그럼, 우리 함께 그 길로 가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