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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비

by 해진


새벽부터

푹 젖은 휴일은


하루가

스무 시간이다


느지막이 눈을 떠도

바닥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비에 녹아내린 일상은

알맹이만 덩그렇다


이렇게

흘러내린 일상에


굳이 덧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비 오는 날이다


'바깥에 비가 와'


비의 마술에 걸려

할 일을 잊은


전화기 속

지인의 푹 젖은 목소리에


나도 그만

비의 숲으로

발을 들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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