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詩

by 해진

순간을 놓친다고

詩가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끝이 없는 시간 속에

내가 놓친 詩는

여전히 펼쳐져 있지만


나는 그것을

잡을 수 없으니

사라졌다고 믿는 것이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나의 눈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스쳐 사라지는 것 같지만


실은 나의 눈이

그 풍경을 지나가고


그 풍경은

나에게서 멀어졌지만

제자리에 남아 있는 것처럼...


다만

나의 눈이 붙잡아

풀어놓은

풍경 몇 조각 만이

그곳에서 빠져나와


어설픈

詩로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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