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입장에서 본 '눈'

by 해진

아무 때나

"눈 뜨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을 감으면 또렷이 보인다"는

그런 말 좀 하지 마라


눈의 입장에서

그런 소리 너무 거슬린다


차라리

눈이 잘 작동할 때

무엇이든지 놓치지 말고

자세히 보아 두어라


보이는 것도

잘 보지 못하면서

눈을 감고 보려니

무엇이 더 잘 보이겠는가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눈을 감는다고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문득 얻은 깨달음조차도

예전에 보아왔던 것들로부터

파생된 이미지의 변화를 통한

순간의 상상으로부터

생성되는 것이다


"내 눈앞에서

지금은 사라진 그대

눈을 감으면 아련히 보인다"는

소리 따위도


생사를 가르는 이별이

어느 시기에 있었다면 모를까


제발 하지 말고

마음에만 담아두라


무엇이든

그것이 옳은 것이라면


네 눈으로 보고

네 손으로 잡아둘 수 있을 때


마음을 다해 끌어서 네 곁에 두라


신께서 우리에게

하나가 아닌


두 눈을 주신 것은


한눈으로 보고

다른 한 눈으로 확인하라고

그리하신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 영상을 마음에 담아

우리 기억의 방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 기억을

다시 떠올릴때 만큼은


눈뜨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을 감으면 또렷이 보인다고

말해도 된다

Oil on canvas,

painted by Haejin(해진)

"눈이 예쁜 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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