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글들이 싫어"
누군가 그런 글을 올린다
일단 읽어 보고 움찔한다
모두 나를 향한 말 같아서이다
내가 글을 통해 생각 없이
내뱉은 되지도 않은 충고들은
아무리 나 자신을 향한 것이라
핑계를 대어도
동시에 독자들을 향할 수도 있고
글에 대한
검증은 턱 없이 부족한데
느낌으로만 글을 쓴 날은
깐깐한 독자들로부터
무식하고
글알못 작가 나부랭이라는
오명이
나 자신의 글에 의해
덧씌워 질지도 몰라
조금 두려운 적도 있었다
감정의 하수에
빠진 날에는
어김없이 그것이
글에 녹아나서
줄줄 새기 마련이어서
독자들의 공감은커녕
감정의 절제를 모르는
사이비 작가라는 평을
얻을 수도 있었다
열 편을 써도
한편을 건질 게 없는
글들
이대로 가야 하나
긴 한숨 내 쉬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브런치에 입문하자마자
다른 작가들의 글을 올려놓고
평을 하는 자들의
자신감과 용기가
진심 부러워지는 밤이다
누가
등 떠밀지 않았어도
이 모든 어려움과
보이지 않는 부끄러움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나는 그저 쓰는 것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않았을 때도
나름 잘 살아왔던 내가
정말 잘 산 것일까
간혹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부족하기 그지없는 나의 글에도
다른 작가님들이
내 글방에 슬며시 들어와
내 글을 읽어 주고 나간다
고마운 일이다
나도 나의 스타일(문체)을
고집하는 완고함 없이
말없이 그들의 글을 읽어 주고
가끔은
그들에게
용기가 되는 댓글을
슬쩍 남겨 두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이상
욕심이 없다
그래서 아직은 쓰면서
읽어 주는 자로만 남아있고 싶다
그 이상은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혼자인 것을 사랑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혼자라는 느낌에서
가끔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으니
나에게는
브런치가
그런 나를
단번에
받아준 곳이다
산에 핀 꽃잔디, 사진 by 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