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구름 가듯이

by 해진

달님이

구름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밀면서

나를 쳐다본다


안녕하고 말했더니

달님은

부끄러운지


다시 구름 속으로

몸을 숨긴다


달님은 자신이 구름 속에

숨은 게 아니라


자신보다 빠른

구름이


그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고

애써 말하지 않는다


보이는 대로

보라지


달님은 누가 뭐래도

상관하지 않는다


구름에

달이 가든지


달에

구름이 가든지


배짱 있는

달님이시다


나도 달에

구름 가듯이


가만 가만

내 갈길을 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