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幻滅)

by 해진

지금, 이 시간

현존하는 자아에 대한


불만족을

직시하는 시선이


환멸의 중심에 존재한다


환멸은

새로운 창조의


바탕이며


시작이다


나의 자아를 싸고 있는 껍질이

제 아무리 단단하다 하여도


심장으로부터

환멸의 박동이 시작되면


그 들끓는 피가

자아의 껍질에


금이 가게 하고

그것을 녹인다


단단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마침내


깨어지고


부서지고


녹아버려도


어차피 속은

비어있다


그곳은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공간이다


지나가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나의 자아여


환상에서 깨어나라

아니, 그것을 부수어버려라


삶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그 외 어느 것에서도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된다


환멸로 깨어진

빈 공간을


지금, 이 시간의

현존하는 경험으로 채우라


또 다른 환멸이 찾아오면

과감하게 자리를 비켜주고


다시 그 자리를

새것들로 채우라




환멸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만 인지했던

나의 시선이 갑자기 긍정적으로 바뀌는 시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로 컴퓨터를 켰습니다

그렇게 하여 오늘 이렇게 내 나름의

시 한 편을 건졌습니다

내 마음속에 무수하게 떠도는

시의 조각들을 낚아서

의미의 단위로 만들어 붙여

눈으로 볼 수 있는 시를 창작하는 것은

제게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비록 보잘것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오늘 밤도 모두 행복한 꿈 꾸시길 바랍니다!


- 해진 드림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