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의 일상(日常)

by 해진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자들이

내 곁에서 멀리 떠나버려도


잠시 멈춤 후에


나의 일상(日常)은 계속되어야 한다


소중한 자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커다란 상처가 남는다


그러나

아무리 그 상처가 크다해도

나를 지탱하는 것은

여전히 사소한 일상이다


소중한 자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살아 있는 자의 몫으로 던져진 일상을

하루하루 견뎌내어야만 한다


일상이 내뿜는 빛이

상처 위를 어루만지며 지나갈 때마다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 가

마침내 희미해진 상흔으로 남아야

내가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자의 사소한 일상의 가치가

떠난 자의 지대한 존재의 가치보다

큰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은

남아있는 자들에게

커다란 슬픔이 된다 할지라도


나를 지탱하는 것은

여전히 사소한 일상들이니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내면서

나의 영혼의 작은 편린 하나도

같이 떠나보내지 말아야 한다


잠시 떠나보냈다 하더라도

바로 소환해야 한다


아, 이 기막힌 현실

받아들여야 할까


끝내는

받아들여야만 한다


살아있는 자의 일상은

아무리 사소해도


떠나간 자의 존재보다

전혀 크지 않다 하더라도


소중히 여겨지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자들의 삶은

계속될 수 없으므로


사소한 일상들이

계속 이어져야

살아 있는 자들의

삶이란 대(大)파노라마가

펼쳐질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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