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랑이란

by 해진

사랑은

고요한 달빛처럼 은은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것이라고 알았건만

내 경우엔 달랐어요


사랑은

나비처럼 날아들어와

마음에 사뿐히 들어앉는 것이라던데

그것도 아니었어요


사랑은 한여름의 소낙비처럼

갑자기 쏟아져

온몸을 적신다고도 하던데

나에게는

오히려 그보다

더 강렬했어요


사랑은 나에게 어떤 번개처럼

단 한 번에


(번쩍),


눈부시게 내려 꽂혔어요


나의 어둡기만 하던 마음에

그 빛은 섬광처럼 번져

지금까지 꺼짐 없이

내 마음을 밝히고 있어요



작가의 후기


이 시는 부끄럽지만 저와 저의 남편의 경험담입니다. 오래전에 저의 남편이 저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제게 말해준 것에 살을 붙여서 시로 옮긴 것입니다.


이 고백을 하면서 무척 부끄러워했던 갓 스무 살이었던 그때 남편의 홍안을 저는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뀐 지금도 기억합니다. 저 또한 그때 꽃 같은 스물이었습니다.


서울의 각 대학교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지방 학생들의 귀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저와 남편은 그의 귀향길 중앙선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저의 부모님의 반대로 그로부터 10년 후에야 결혼하여 지금까지 부부의 연을 맺고 잘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비록 지금은 저의 남편이 중한 병에 걸려 누워 있는 날이 많지만 "너를 처음 본 순간 번개가 내 몸을 치는 것 같았어"라는 그때의 진심 어린 고백은 지금까지도 제게 유효합니다. 공대 출신의 목석같은(?) 감성을 가진 남편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아마 그에게는 굉장히 하기 힘든 고백이었을 겁니다. 사실 제게 그 말은 한 후 얼굴을 붉히며 몸 둘 바를 몰라했던 그였으니까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 다툰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저는 지금도 스무 살 때의 그의 얼굴을 그때 그 쑥스러웠던 고백 때문에 더 잘 기억합니다.

아마 제 기억이 살아 있는 한평생 기억할 겁니다. 비록 어눌하지만 진실한 말 한마디의 힘이 이렇게 강합니다. 아름다운 천생연분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저의 졸시를 읽어 주신 구독자 여러분들께 오늘도 변함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 해진 드림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