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by 해진

별도 없는 캄캄한 밤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아픈 다리에 힘겨워하며

헤매고 있는 방랑자여


작은 옹달샘 하나 보이지 않고


이슬을 받을

풀잎하나 존재하지 않는


이 황량한 사막에


혼자 던져진 가엾은 방랑자여


산다는 것이 무엇이라고

상처 투성이 몸을 끌고

찾아온 곳이 겨우 이곳이더냐


낙원으로 가는 길은

숨겨져 있었고


이곳으로 오는 길은

오히려 넓었다


꽃길이 있어 생각 없이

걸어 들어왔다


그 길에서 휘몰아치는 광풍에

꽃들은 씨도 맺지 못한 채


모두 뿌리째 뽑혀 나가고


입안에 씹히는 것은

버적거리는 모래알이라니


내 이럴 줄 알았던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울부짖어도


들어줄 자 하나 없는

황량한 이곳에서


무심코 고개 들어보니


저 먼 하늘에 보이는

희미한 별빛하나


그 아련한 빛을

피곤에 지친 두 눈에 담고

방랑자는 다시 힘겹게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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