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살아있기에
느끼는 감정이라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은 자들로부터 기인한다
우리는 죽은 자들의 후손이며
그들의 몸에 각인되었던
슬픔의 인자들이
우리의 몸으로
유산처럼 전해진 것이다
이유도 모르는 슬픔
그럴 리 없다
나도 모르는 이유라니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숨어 들어와 있어서 그러하다
이 인생의 슬픔이
산자의 것이 되었을 때는
내가 그 슬픔을 그들로부터
이어받았다는 것을 모르고
이유 없다고 말한다
나는 내게로 옮겨진
그 슬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고스란히 받아들여 놓고
슬픔을 이방인처럼
홀대하며 살아간다
또 다른
슬픔의 상속자가
그 슬픔을 이어받을 때까지
나는 슬픔의 목숨을
그렇게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