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믈 Nov 18. 2024

성수동 사세요? -1

문지방 건너 핫플, 성수동 연무장길 사는 이야기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영국의 타임아웃이라는 잡지에 성수동을 소개하는 글이 실렸더랬다.


https://www.timeout.com/seoul/things-to-do/eclectic-industrial-seongsu

(사실, 타임아웃이라는 잡지의 존재도 몰랐던 나)


칭찬을 들어도 성수동 주민은 한결같은 마음일뿐.

아, 사람 더 많아지겠구나. 지금도 충분히 많아!


"성수동 사세요? 핫플에 사시네요!"


성수동은 내가 사는 동네지만, 낯설기 그지없다.

매일 새로운 가게.

마치 상처 위에 새로운 딱지가 들어앉듯, 곧 다시 떨어져 나갈 가게에 정을 줄 수가 없다. 그렇게 떨어져 나간 딱지는 어디에 버려지는 걸까.


이른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가게들 사이에서 어렵게 단골 가게를 만들었다. 그중 한 곳이 이제 우릴 더 이상 반겨주지 못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떠났다.

연예인이 사들인 건물에는 우리 자리가 없나 보다.


<우리마키>는 맛있었다.

함께 먹을 수 있는 면류가 적어서 아쉬웠지만, 아침 일찍 대장에서 두 개의 큰 용종을 떼어낸 날 반나절만이라도 밥을 먹지 말라던 의사의 권고 따위 아랑곳하지 않을 참치 마키의 맛.

물론 의사의 권고란 컵라면도 이기지 못하는 존재긴 하지만.


그렇게 우리마키는 떠나갔다.

새로운 건물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오겠지만, 새 간판 아래에는 우리마키가 뜯겨나간 흉터가 남아있겠지.


"팝업 대관"

골목을 돌자 또다시 오래된 가게에 흉터 같은 현수막이 걸렸다.

크리스챤 디올과 수많은 관광객 사이 슬리퍼를 끌고 돈가스를 사러 가는 나는 성수동 연무장길 주민이다.

작가의 이전글 꿈의 구장 청소부, 프로 스포츠 문지방 넘기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