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에서 라면을 팔자
성수동은 누가 뭐래도 팝업.
매주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며, 지난주 왔어도 다시 새로운 것을 보러 오는 곳이 되었다. 이렇게 팝업 매장이 폭발한 것은 디올의 역할이 컸다. 팝업의 성지와도 같았던 카페 쎈느에서 팝업으로 시작해, 이제 성수동에 왔으면 <디올 성수>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은 있어야 하는 곳이 되었다.
마치 4층 정도 되는 듯 창을 냈지만, 내려다보는 디올 성수는 그저 벽만 세운 전등 같다. 저 비싼 아파트를 배경으로, 해가 저무는 성수동을 밝히는 무드등.
그런 성수 디올에서 파는 커피가 2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명품이라고 하면 움츠려드는 난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마치 날 위아래로 훑어볼 것 같고,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얼마 짜리 일지 금방 눈치챌 것 같다. 안내도 해주지 않을 것 같고, 난 가격을 물어보는 것도 무서워하겠지.
머릿속으로 드라마를 한 편 찍으며 디올 성수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을 구경한다. 다들 시선이 한 곳으로 모이면 그곳을 쓰윽 쳐다보며, 성수동 주민에겐 별 것 아닌 마냥 무심하게 지나치는 나 자신을 과시한다.
디올 성수에서는 커피 말고는 무엇을 팔까?
라면을 팔아볼 생각은 없을까?
캐비어를 얹었다가는 다 익어버려서 안될 것 같다. (사실 캐비어가 익어도 괜찮은지, 익으면 안 되는지 알지도 못한다.) 산삼 뿌리를 넣었다가는 국물이 써서 아무도 먹지 않을 것 같다. 디올에서 팔만한 라면은 뭘로 만들어야 할까?
마치 집 앞 편의점에 무설탕 아이스크림이 없다며 툴툴대는 것처럼, 디올 성수 옆집 사는 사람은 무려 <디올 성수>를 두고 잡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디올 성수가 그저 옆집 가게가 아닐 때가 있다.
제니가 온다든지, 차은우가 온다든지. 아주 난리가 나요.
양복 입고 우리 아파트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마세요. 사진 찍으러 단지 안으로 들어오지 마세요.
저기, 아저씨. 저 집에 좀 가고 싶어요. 바로 저기 사는 사람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