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제 올드스 Olds Oct 13. 2023

버블은 터진다 <2022.11>













1.

이제 천천히 내려가야 해요, 존

같이 손잡고 가요 

산자락에서 같이 쉬어요 

존 앤더슨, 내 소중한 사람     

<날이 저물면>        



       

2.

그때의 버블을 기억한다. 

공짜 돈이 넘쳐날 때였다. 거의 모두가 돈을 빌렸고, 거의 모두가 투자를 시작했다. 꼴리는 대로 투자를 해도 누구나 쉽게 벌 수 있었던 시대. 대단찮은 것들마저 가격이 올랐던 시절. 낙원 같았던 기억. 그리고 파티. 아, 그 파티들. 그때는 그런 파티가 많았다. 바이러스 때문에 상점과 식당은 문을 닫아 차갑게 식었지만, 투자 시장 하나만큼은 뜨거웠다. 수많은 부자가 탄생했고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유행했으며, 길거리에 외제차가 즐비했고,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을 인증하는 게 유행했다. 삼성전자를 ‘십만전자’라고 불렀고(아, 그땐 그토록 순수했다!), 자사주를 받은 카카오 직원은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고, 주식 방송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주식 예능까지 하나 둘 생겨났다. 그야말로 ‘투자의 시대’였다. 누군가를 투자자가 되도록 부추긴 것은 단 하나. 버블(거품) 이었다.           




2021년,

버블이 터질 거란 징조와 말이 서서히 나왔지만, 그 반대편에선 ‘이번엔 다르다’라는 응원 구호를 외쳤다. 낙관론자는 끝없이 낙관적이었고 비관론자는 끝없이 비관적이었던 시기였다. 당시엔 어떤 게 사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2022년, 

연준(미국의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이라는 망치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랐던 주식과 부동산을 내리쳤고, 그것들은 미세하게 찢어지더니 박살 나버렸다. 비극적인 곡선이었다. 다 사라졌다. 우리의 야망, 우리의 욕망, 우리의 달콤한 계획. 모두 다. 낙원 같았던 코인, 주식, 부동산도 사라졌다. 메타버스 코인들, NFT, 연예인만큼 인기를 받았던 이코노미스트의 이름들, ‘돈나무 언니’ 캐시우드. 그 유명한 이름들도 다 사라졌다. 뒤늦게 파티장에 도착한 놈들, 고점에서 배짱부린 놈들도 다 뒤졌다.    



                      

하락은 상상보다 무서웠다.

자신을 장기투자자라고 자기 세뇌를 했던 사람들도 찍소리도 못하고 도망갔다. 파티장에 끝까지 남아있던 놈들이 계산을 했다. 그들은 자기 손으로 자기 신세를 조진 것 같다며 우울해했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받은 상처를 움켜쥐고 문을 닫아 걸었다. 두 번 다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누가 말했던가?

수영장의 물이 빠지면 빤스를 입은 놈과 빤스를 안 입은 놈들을 구별할 수 있다고. 개나소나 투자로 쉽게 돈을 벌 땐 모른다. 자기가 투자를 잘한 건지 못 한 건지. 하지만 하락장에선 누가 투자를 잘했는지, 누가 투자를 못했는지 알 수 있다. 부자가 되는 것과 부를 유지하는 건 별개의 일이니까. 




버블은 터진다. 

가장 좋을 때 나쁜 상상을 하며 준비를 해온 사람들은 안전하게 탈출했고, 그 나머지는 재산을 빼앗기고 목이 부러진 채 길바닥에 쓰러져 팔다리가 뒤엉킨 모습으로 널브러졌다. 비극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폴 볼커가 누구야? <2022.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