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시장에서 노동 시장으로
1.
미노타우루스 미궁 이야기:
미궁에 갇힌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부자는 깃털과 벌집에서 채취한 밀랍으로 큰 날개를 만들었다. 둘은 날개를 몸에 붙여 새처럼 날았다. 탈출이었다.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에 날개가 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너무 신났다. 지나치게 높게 날았다. 결국 날개가 녹아 추락했다.
2.
상승장일 때 투자로 재미를 보면 다들 자신이 투자에 재능이 있는 줄 안다. 이런 수익률이 내년에, 그리고 내후년에도 가능할 거라고 확신한다. 친구의 투자 선생님이 되어 헛소리도 참 많이 한다. 달콤한 꿈을 꾼다. 자신은 곧 경제적 자유를 얻고, 자신의 부모처럼 과로에 시달리지 않을 거란 달콤한 꿈이다. 자신은 곧 노동 시장을 떠나고, 표정 구기며 남의 말에 굽신거리는 삶이 아닌 제대로 농땡이를 피울 거란 달콤한 꿈이다.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_워렌 버핏
2001년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서한은 뼈를 때린다.
2022년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이 시작되고 러시아 전쟁이 터졌다. 부동산과 주식과 코인이 박살 났다. 이자는 올라갔다. 정부가 주는 따뜻한 지원도 끊겼으며 남의 돈으로 하는 사업은 돈줄이 막혔다. 자, 이제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했지? 난다 긴다하는 놈들도 시장에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다. 상승장에서 자신이 은총을 받고 있다고 착각한 초보자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그들은 깨달았다. "아, 내가 천재가 아니라 상승장이 천재였구나." 여기저기서 죽는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 고점에 있던 사람들의 날개가 꺾였다. 믿음도 꺾였다. 부동산, 주식, 코인을 숭배했던 사람들은 실망감에 찌들기 시작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투자를 자신의 인생에서 영원히 내치기로 결심한 사람들도 많았다.
3.
비트코인 채굴이 아니라 원화 채굴하러 갑니다
사람들은 사실은 자신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버블이 터지자 투자시장이 아닌 노동시장에 집중했다. 하락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더 잃을 게 뻔하다는 걸 직감했으니까. 투자가 노력과 항상 비례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투자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됐다.
밥을 먹고, 이자와 할부금을 내야 했다. 미칠 일이지만 이게 사실이었다. 저축을 하고, 도시락을 만들고, 교통비를 아끼고, 사고 싶은 물건을 안 사며 돈을 아끼기 시작했다. 과거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수익 실현을 했더라면 지금 이 고생은 안 해도 됐을 거란 생각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