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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 올드스 Olds Nov 06. 2023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2022.6~7>

프로테실라오스와 하워드 막스 








출처: 영화 <트로이>





1.

프로테실라오스.

미녀 왕비 한 명을 두고 그리스군이 트로이를 침공했다. 당시 그리스군은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상륙만 남겨놓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트로이 땅에 발을 딛지 않으려고 했다. 가장 먼저 트로이 땅을 밟는 자는 죽게 된다는 불길한 예언 때문이었다. 쫄지 않는 자는 두 명이었다. 아킬레우스와 프로테실라오스. 먼저 트로이 땅을 밟은 자는 프로테실라오스였다. 아킬레우스가 먼저 트로이 땅으로 뛰어들려고 하자 그의 어머니 테티스가 아들을 만류했기 때문이다.             





                      

2.




하워드 막스.

투자자들의 총애를 받는 투자자. 워런 버핏이 극찬하는 메모를 쓰는 현명한 투자자. 그것이 그를 따라다니는 별명이었다. 2022년 7월 26일, 모든 뉴스가 부정적이고 투자 얼치기들은 도망갈 때, 그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I Beg to Differ)’이라는 메모를 썼다. 그의 메모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왔다.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공격적으로 매수에 들어갔다는 말을 했다.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공포는 투자자들 마음에 침투해 세균처럼 퍼져있었고 투자자들은 힘이 빠지고, 자신감을 깡그리 잃은 상태였다. 1년 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누군가 “주식할래?”라고 하면 손을 젓는 그런 분위기. 수많은 지식으로 무장한 투자자들도 주저할 때 하워드 막스는 매수에 들어갔다. 나는 그의 말과 그 말에 맞는 그의 행동이 좋았다. 그에게 그리스 고전 같은 면이 있었다. 불길한 땅에 뛰어드는 용기, 총애를 받는 영웅의 모습, 별자리에 새겨질 이름. 2022년 7월 당시 나는 하워드 막스를 보며 프로테실라오스를 떠올렸다.   




       

비유하자면 그렇다.

하워드 막스는 프로테실라오스, 나는 그리스 군 졸병이었다. 구글, 메타, 테슬라, 아마존, 엔비디아, 비트코인, 이더리움, 마이크로소프트. 평소에 사고 싶었던 종목들이 세일된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다. “남들이 두려워할 때 환호하고, 남들이 환호할 때 두려워하라”. 이 격언처럼 나는 기뻐하며 저가매수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도저히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이게 정말 바닥인가?”, “경기 침체는 정말 올 것인가?”.“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다 손을 다치지 않을까?”        




  

공포가 가르쳐 줄 수 있는 최고의 교훈을 배웠다. 

바로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자신의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현명하고 더 이성적이라고 믿지만 사실 바뀐 건 별로 없다는 것 말이다. 옛날 사람보다 우리가 더 용감한 놈으로 태어날까? 옛날 사람보다 우리가 더 도덕적이고 더 똑똑한 놈으로 태어날까? 그렇지 않다. 치고 올라오는 공포에 뇌와 심장이 주저하고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이 보수적으로 변하는 건 똑같다. 제아무리 쫄지 않으려고 어깨를 주물러 봤자다. 미칠 일이지만 이게 사실이다. 이런 반응은 생물학의 어딘가에 정박해있다.  



        


프로테실라오스는 죽었다. 

용맹하게 뛰어들어 트로이군 몇 명을 죽이고 흙 속에 묻혔다. 불길한 예언대로. 그러면 하워드 막스는 어떻게 됐나? 그가 옳았나? 어느 정도 옳았다. 남들이 떠나고 황폐해진 시장이었던 2022년 6월이 좋은 주식들의 저점이었다는 게 판명됐다. 하워드 막스는 사지 멀쩡하게 돌아왔다. 브라보! 그 당시 가격에 샀더라면 2배 3배 벌 수 있던 자산들이 많았다.           





다음엔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공포가 용기를 늪처럼 삼키던 그 당시에도 용기를 낼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걸 목격했다. 다음에 또 다른 공포 시기가 온다면 나는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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