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다들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지나가는 개도 경기침체가 올거라고 짖었다. 언론은 부정적인 뉴스로 도배됐다.
미국 금리가 역대급이다. 고금리가 경기를 늪처럼 삼키고 있다.
스타트업이 망하고 있다. 대기업도 헐떡이면서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지금 달러는 '킹 달러'다. 무언가 터진다.
그들이 말하는 '터지는 건' 국가일 수도, 기업일 수도, 은행일 수도 있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다른 나라 화폐가치는 낙엽 떨어지듯 떨어졌다. 4월 12일 결국 스리랑카가 터졌다. 스리랑카가 마지막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닥터 둠'들은 다음은 터키 혹은 아르헨티나 혹은 이집트 혹은 대한민국이 될 거라고 떠들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엔 주식-코인 안 하는 사람을 바보라고 하더니... 다들 주식에 미쳐있을 때와 달랐다. 누군가 주식 해볼래?라고 물으면 다들 손을 젓었다. 다들 쫄았다. 다들 '닥터 둠'이었다. '앞으로 더 무서운 뉴스들이 나오겠지', '물가를 어떻게 잡을 건데?', '실업률이 올라야 물가를 잡을 수 있잖냐?', '연준은 실업률이 올라가길 바라고 있다고', '실업률이 안 올라도 물가를 잡는 행복한 결말은 없어.'
나는 솔직히 '경기 침체가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운이 좋았다. 22년 1월에 모든 걸 정리하고 현금화했다. 물론 이렇게까지 박살날 줄은 몰랐다. 기회가 오고 있다고 느꼈다. 부자는 자산 가격이 상승할 때가 아니라 자산이 폭락할 때 탄생한다. 싸게 사느냐 못 사느냐가 부의 차이를 만든다. 1950년 이후 미국은 11번의 침체를 겪었다. 침체 시기에 미국 증시는 평균적으로 32% 떨어졌다. 32%는 평균이다. 어떤 건 ‘반’ 토막이 나고 어떤 건 ‘세’ 토막이 났다. 그래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모든 게 폭삭 망하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길 내심 바랐다.
한편으로 경기침체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
수년 전에 읽었던 사회학 책을 기억했다. 책에는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자살은 물론이고 아내 폭력, 아동 학대, 아동 성폭행이 증가한 통계가 있었다. 모든 게 폭삭 망하길 바란다는 건 사람들이 자살하고, 가정이 박살 나고, 가출 청소년들이 몸을 팔기를 바라는 것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