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부터
쇼크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던 자산 시장(주식)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가망 없어 보이던 주식을 살려낸 집도의들은 누구였는가? 이들을 알려면 3월을 봐야 한다.
3월 13일 백악관의 아침,
신전 같은 기둥 사이에서 대통령과 참모진이 등장했다. 밝은 모래색 머리에 빨간색 넥타이를 한 대통령은 손에 검은색 파일을 들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속적으로 터졌다. 모두 표정이 어두웠다. 일주일 전에 비해 확진자가 8배 이상으로 늘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증시가 개박살난 직후였으니까. 전통적으로 미국 여론은 주식에 예민했다. 대통령과 참모진 모두 재선 실패 걱정에 편히 자지 못했으리라.
대통령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미연방정부의 모든 힘을 다하기 위해, 오늘 저는 공식적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합니다. 500억 달러(원화 60조)를 긴급 투입해 대응할 것입니다.”
이번만큼은 투덜대지 않았다.
그는 며칠 전만 해도 화가 나있었다. 3월 9일, 그는 매우 답답했는지 트위터로 국민에게 충고 한 마디를 했었다. 독감에 연간 3만 7000명이 사망해도 경제는 잘만 돌아가는데, 고작 몇백 명이 감염된 코로나에 왜 그렇게들 공포에 떠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그러니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말고 ‘잘 생각해 봐라! (Think about that!)’라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대로 가다가 자신이 정치적 무덤으로 갈 수 있다는 공포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국가 비상사태’라는 카드가 필요했다. 그리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날, 다우 존스는 +9.36%, 나스닥은 +9.35% 회복했다. 백악관의 의지가 산소호흡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 3월 15일,
대통령이 “아주 멍청하다(clueless)”, “한심하고 느리다”라며 트위터로 대놓고 개무시했던 중년 남자가 연단에 섰다. 우윳빛 머리에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연보라색 넥타이를 한 남자. 제롬 파월(16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이었다. 그는 그날 이렇게 말했다. “오늘 기준 금리 목표 범위를 1퍼센트 포인트 인하해 제로 금리에 가깝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준을 유지할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그는 ‘양적완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소감을 밝혔다. “좋은 뉴스입니다, 큰 걸음이자 대단한 조치입니다. 아주 행복합니다.” 신중한 사람과 신중하지 않은 사람의 안목이 같아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제로금리란 기업과 사람들이 아주 싸게 돈을 빌려서 생존할 수 있게 하는 정책.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은행이 가진 채권을 비싸게 사고, 그리고 다시 은행은 그 돈을 시장에 투자하는, 일명 ‘돈 뿌리기’ 전략. 두 전략의 목표는 금융시장을 안정시켜 투자와 소비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돈 좀 쓰라는 거였다.
특히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오랜만에 듣는 단어였다. 이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대응책으로 처음 시행된 정책이었다. 그때 연준 의장이 버냉키(Ben Bernanke)였다. 양적완화가 처음 시행됐을 땐 반대도 많았다. 그건 족보에도 없고, 교과서에도 없는 정책이었으니까. 하지만 효과는 좋았다. 모든 게 축소되는 판에 양적완화가 성장촉진제 역할했으니까. 논란의 여지는 남았지만 결국 버냉키는 금융위기에 빠진 미국을 살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2020년 3월 23일,
시장의 불안이 계속되자 연준이 다시 이렇게 발표했다. “연방준비제도는 미국 재무부 채권과 주택저당증권(MBS)을 필요한 금액만큼, 제한 없이 계속 매입할 것입니다.”
일명 ‘무제한 양적완화’ 발언.
연준이 돈을 마구마구, 아주 노골적으로 풀겠다는 뜻이었다. 연준은 하루에만 약 900억 달러를 써가며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부 증권을 사기 시작했다. 거기다 기업 부도를 막기 위해 회사채까지.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파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전 세계의 달러 사재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통화 스와프(통화 맞교환)를 체결했다. 제로금리-양적완화-통화 스와프. 이것이 미국 통화정책의 삼위일체였다.
한편, 재정정책도 통화정책과 발을 맞췄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3월 6일 ‘83억 달러’ 지원 발표, 3월 18일 ‘1,040억 달러’ 지원 발표에 이어 3월 27일 경기부양법안 CARES(Coronavirus Aid, Relief, and Economic Security)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규모는 약 ‘2조 2000억 달러’. 미국 GDP의 약 10%에 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 예산안. 내용은 성인에게 1인당 1200달러와 어린이에게 1인당 500달러 지급, 더 많은 실업자에게 더 많은 실업수당, 의료시설과 공중보건 지원, 중소기업과 대기업 지원, 저소득층에게 음식 지원, 주정부 및 지방정부에게 현금 지원, 학생들에게 학자금 지원을 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