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시대 개막(2) <2020.3.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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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양적완화를 숭배하고 파월에게 ‘돈 복사기’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주접을 떨던 사람들은 벌써 자취를 감췄다. 이젠 정부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잉태시켰다는 거센 발언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들이 스스로를 마구 남용해 돈을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너무 노골적(직접적)으로 풀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그랬다. 많은 국가가 역사의 실수로 남을지 모를 돈풀기 전략을 택했다.




세계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로 돈을 뿌렸다. 정부는 은행 규제를 완화하고 긴급대출을 허락하고, 지원금을 국민들의 은행 계좌에 직접 꽂았다. 자가 격리자와 환자에게 유급 병가를 지원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에게 세금을 연기 및 감면해 주고, 큰 규모의 대출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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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불안은 조금 잦아들었다.

가정은 당장 집세와 공과금은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상인은 당장 임대료는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은 세상이 ‘진보’했다는 자신감을, 학교 무상급식에 의존하던 아이들은 일단 굶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중-소-대기업은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안도감을 얻었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은행의 통화정책이 불안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린 것이다.




물론 당시에 비판도 있었다.

중앙은행들이 버냉키(Ben Bernanke) 이후로 안일한 생각과 못된 짓만 한다며, 돈을 찍어내는 행태는 결국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 그리고 20세기 좌파 시대가 부활했다며, 결국 돈 풀기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고 재정을 파탄시킬 것이라는 경고. 그리고 나라가 빨갱이 소굴이 됐다며, 망국(亡國)론을 펼치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돈풀기는 역사의 필연처럼 나아갔다. ‘자연 치유하듯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는 신자유주의식 처방? 냉전시대의 이념적 처단? 뒤로 밀려났다. 살면서 처음 보는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었고 저소득층은 생명이 위험했고 경제는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처럼 누워버렸으니까. 우물쭈물할 수 없었다. ‘자유와 보수’보다 급한 게 생존이었다. 심지어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IMF(국제통화기금)가 돈을 풀지 않는 국가를 지목해 돈 좀 쓰라고 꾸짖을 정도였고, 정통 보수 언론 <파이낸셜 타임즈>조차도 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헬리콥터 머니’

헬리콥터에서 뿌리는 것 같다고 하여 돈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헬리콥터 머니의 효과? 자산 시장(금융시장)엔 좋았다. 쇼크로 쓰러진 주식은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실물경제엔 미미했다. ‘거리 두기’된 곳에 돈을 뿌려봐야 싹은 돋지 않았다. 실물경제의 회복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열린 결말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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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비는 컸다.

미 연준이 2008년 금융 위기 때 3년에 걸쳐 3조 5000억 달러를 뿌렸는데, 2020년엔 석 달 동안 3조 달러를 뿌렸다. 그리고 2022년 4월 기준, 4대 중앙은행(미국-유럽-영국-일본)이 코로나 이후 쓴 돈만 약 10조 달러로 밝혀졌다. 모든 게 부채였다.




2022년,

파티가 끝나자 이제 ‘헬리콥터 머니’의 대가를 알려주는 CPI(소비자물가지수)라는 청구서가 속속 도착했다. 미국 기준 5월 ‘+8.5%’, 6월 ‘+8.6%’, 7월 ‘+9.1%’. 결국 양적완화의 시대 개막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시대의 개막으로 이어졌다. 샴페인을 터뜨리고 춤을 추던 사람들은 도망갔고, 사람들은 ‘돈풀기’가 역사의 필연이 아니라 역사의 실수였다며 중앙은행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죄목은 직무유기. 세계 모든 중앙은행의 제1 목표는 무엇보다 ‘물가 안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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