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홈즈 Oct 30. 2022

총알택시로 초원을 달리다.

이웃나라 카자흐스탄 짧은 방문기 1

“스바시바!”

중앙아시아 국가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느 나라에 가든 ‘스바시바(고맙습니다)’ 이 말 한마디만 써먹어도 조금 더 여행자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구 소비에트 연방 소속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러시아어는 공용어로 통한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갔음에도 땡큐(Thank you)에 익숙했던 문화권에 살아와서 그런지 입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다. 냉전 이데올로기 시대를 겪은 자의 후유증이다. 사실 영미권 문화의 영향 하에 살았던 우리에게 사회주의 국가였던 나라에 대한 언어나 문화, 역사는 낯설 수밖에 없다. 소련이 해체되기 전까지 자본주의 체제 국가들에게 이곳 나라들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고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웠다.                                       

▲ 중앙아시아 중앙아시아 5개국은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말한다. ⓒ 네이버 지도


낯선 나라 중앙아시아 5개국

통상 중앙아시아 5개국이라 하면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5개국을 말한다. 모두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이었던 이들 나라는 1991년 소련 해체 후 갑작스럽게 독립을 맞으면서 연방 시절 공화국 명을 그대로 가져다 쓰다 보니 나라 이름에도 공통적으로 ‘~스탄 stan(페르시아어, ~의 땅, 지방의 뜻)’이 붙어 있어 비슷비슷하다.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수십 년을 한 나라로 살아온 공통적인 소비에트 연방 문화권 향기는 곳곳에 남아 있다.


물론 최근에는 국가의 개념이 자리 잡으면서 크고 작은 국경 분쟁도 있지만 이들 국가들은 민족이나 언어문화 등이 섞여 있어 여전히 이웃으로 서로 교류하며 살아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만해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중앙아시아 3개국과 중국을 합쳐 총 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다양한 언어, 문화가 섞여 있다.


앞 글에서 밝혔듯이 이번 여행은 시장조사를 겸한 여행이었기에 비슈케크에서 가까운 이웃나라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방문일정도 포함되었다. 알마티는 비슈케크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여서 육로를 통한 일정이었다. 사실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진 광활한 나라다. 가기 전 조사해보니 차른협곡, 카르카라 계곡, 캅샤가이 호수 같은 멋진 곳들이 즐비하고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카레이스키 강제이주 정착지 우쉬토베 등도 알마티에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고 한다. 다 가보고 싶었지만 일정 상 알마티 만 훑어보고 왔다. 작은 점 하나만 보고 온 것이다. 별도 여행 일정으로 카자흐스탄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고 싶은 곳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으니 참 큰일이다.

▲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국경 캐리어를 끌고 국경을 넘는 경험은 색달랐다.
▲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국경 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것과 달라 기분이 묘했다.


걸어서 국경을 넘다

비슈케크 외곽에 위치한 국경은 금요일이라 그런지 번잡했다. 국경을 넘으려는 트럭과 자동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그동안 다른 나라 입국은 모두 공항을 통한 입국이었기에 캐리어를 끌고 육로를 통해 출국 수속과 입국 수속을 하는 일은 생소했다. 사실 다른 나라를 가는 일은 그냥 국경을 넘으면 되는 일인데 분단으로 인해 섬처럼 변한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다. 우리에게 국경을 넘는 일이란 바다를 건너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이유로 ‘해외여행’이 곧 다른 나라로 여행 가는 일이라는 고유명사처럼 인식한 지가 오래다. 


나는 처음으로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었다. 비행기도 타지 않고 20여분 사이에 다른 나라에 올 수 있는 사실이 신기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국경을 넘었는지 뭔 지, 여기가 키르기스스탄인지 카자흐스탄인지 도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쪽 나라 사람이든 저쪽 나라 사람이든 국경에 있던 사람들은 모습은 다 비슷비슷해 보였고, 말도 다 러시아말 같고 간판도 키르기스스탄에서 보았던 글자들과 비슷비슷해 보여서 내가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총알택시 택시라고 하지만 택시 표시도 없는 도용다 자가용이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추월할때마다 공포 체험을 해야 했다.

총알택시로 초원을 달리다

우리는 국경에서 알마티까지 미리 예약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국경 출입소를 나서니 택시기사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예정시간보다 30분이나 늦었다. 기사를 만나자마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니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한다. 이때는 몰랐다. 우리가 지체한 30분을 속도로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택시 기사가 끌고 온 차는 일본산 도요타였다. 아무 표식도 없는 그냥 자가용이었다. 더군다나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고속도로 운전에는 최악이었다. 시속 160km로 달리며 오른쪽 운전자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좌측 차선을 통해 추월하는 일은 그야말로 공포 자체였다. 추월선을 넘을 때마다 우리는 손잡이에 힘을 주며 ‘어어어~~ 으으으~아”를 연발해야 했다. “Please go slowly”를 외치며 천천히 가달라고 애원했지만 잠시 속도를 줄이는 듯하다 이내 속도를 올렸다. 

▲ 가도 가도 끝없는 초원 국경에서 알마티로 가는 3시간여 도로 풍경은 초원에서 시작해 초원으로 끝난다.

카자흐스탄은 진정한 초원의 나라였다. 거의 2시간을 시속 150km 달리는 동안 시야에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만 보였다. 총알택시의 곡예 운전에 멀미가 올라와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가 떴는데도 주변을 살펴보면 눈감기 전 그 모습과 똑같은 초원이었다. 칭기즈칸이 이곳을 정복하고 둘째 아들에게 이 땅을 다스리도록 했는데 둘째 아들이 살펴보니 끝없는 초원뿐이라 재미도 없고 마땅히 할 일도 없어 통치에 소홀히 했다고 하더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2시간을 조금 넘게 달리자 멀리 뿌옇게 스모그로 덮인 대도시가 보였다. ‘아 드디어 알마티다.’ 정말 총알이었다. 국경에서 알마티까지 보통 빨리 오면 3시간이라는데 우리는 2시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80년대 서울역에서 인천까지 가는 총알택시를 타본 이후 근 30여 년 만에 타보는 총알택시였다. 정말 죽을 것 같아 다시 못 탈 것 같았는데 2박 3일 후 다시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올 때 그 기사님 불러 또 탔으니 우리 간도 작은 편은 아니다.


※다음 편에 '짧은 이웃나라 카자흐스탄 방문기 2편이 계속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