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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an 23. 2024

국대를 위한 변명

축구를 응원하는 자세

“야이~ 저*끼 빼!”

“아이고 *신 저걸 못 넣냐?”

“야이~씨 내가 차도 너보다 잘 차겠다”


지난 주말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경기를 본 축구팬이라면 한 번쯤 했을 법한 말들이다. 나 또한 경기를 보며 어딘지 모르게 답답한 플레이에 소리를 지르며 괜히 술만 들이켰다. 요리단과의 경기결과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감독교체 주장부터, 감독의 전술문제, 선수기용문제, 특정선수의 부진을 탓하는 말까지 SNS상에는 오늘까지도 대한민국 축구선수단을 비난하는 글들로 넘쳐난다. 

졸저 ‘축빠와 냄비팬의 희망어시스트’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사실 축구 보는 재미 중에 하나가 함께 보며 경기에 몰입해 내지르는 욕과 과한 리액션도 포함된다. 이렇게 욕하며 축구를 즐기는 문화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열정과 몰입이 지나쳐 폭력적인 훌리건이 되기도 하며 일부는 인종차별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사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정말 점잖은 편에 속한다. 그러니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의 700만이나 거리에 나와 응원했어도 불상사 하나 없이 즐기는 것을 보고 세계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응원도 비판도 모두 축구에 대한 애정표현이다.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비판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표팀도 좋지 않은 경기 결과에 따라 팬들의 질타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요르단 경기에서 기대만큼 아니 실력만큼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난타당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국가대표는 선택받은 선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세와 태도가 달라야 한다. 선택받은 만큼 책임감과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 1명에 대한 지나친 인신공격성 비난은 삼가야 한다. 국대 선수들 대부분은 이제 겨우 이십대다. 일부 삼십 대 초반 선수도 끼어 있지만 이십 대 초중반의 선수가 대부분이다. 그들 대부분은 초. 중학교 시절부터 운동에만 매진하여 국가대표까지 올라온 상위 3% 아니 1% 안에 드는 성공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도 있다. 축구선수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다. 프로그래밍된 대로 매 경기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없다. 그들도 그저 인간이기 때문이다. 몸상태에 따라 컨디션이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도 다 살면서 감기도 걸리고 체하기도 하지 않는가? 비판을 하더라도 그들도 사람이고 이제 겨우 청년들임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지금처럼 인터넷 시대에 글로 쏟아내는 댓글 비난들은 아직 인생의 반도 살지 않은 청년 선수들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선수의 국대답지 않은 경기 태도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선수 개인의 사생활이나 용모까지 비난할 권리는 어느 축구팬에게도 없다. 축구를 사랑하니 비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비판을 넘어 개인에 대한 화풀이성 비난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국대가 되기까지 어느 누구도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대한 가치를 그들만큼 아는 사람은 없다. 알다시피 이강인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 머나먼 스페인 땅으로 넘어가 낯선 땅에서 적응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손흥민 선수는 또 어떤가? 겨우 고등학생인 나이에 독일로 건너가 고생하며 지금의 쏘니가 되었다. 꼭 해외파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국내파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남들 놀 때 공을 차며 노력하여 국대선수가 되는 꿈을 이루었다.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피나는 노력으로 이룬 그들의 국대 자리를 먼저 인정하자. 그다음이 비판이건 의견이건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가 진정한 축구팬의 자세다. 


뭐 그렇다고 앞으로 축구 볼 때 입닥하고 보자는 말은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치맥 하며 축구에 몰입해 욕도 좀 하고 “저 새* 빼” 정도 하는 건 엄연한 축구 보는 재미니까. 

그나저나 말레이시아와 3차전(1월 25일 목요일 저녁 8시 30분)에는 한 7골만 넣었으면 좋겠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이강인 선수가 딱 3골만 넣어줬으면…

대한민국~짝짝짝~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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