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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an 29. 2024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간단 독서 감상문


1. 간단 소감:

나도 문과 남자다. 문과와 이과가 어떻게 갈렸는지 기억해 보니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갈 때였다. 1학년 말에 무슨 검사를 했던 것 같은 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선생님과 간단한 상담을 통해 문과 이과로 갈라졌다. 그런데 기억해 보니 그 당시 내 검사 결과는 내가 좋아하고 생각했던 문과와 다르게 이과 쪽으로 나왔었다. 장래 추천 직업군으로 의사, 과학자 등으로 나왔었고 이과 쪽 성향이 더 우세하다는 결과로 상담을 했다. 나는 그때 이과는 싫다고 문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나는 분명 그때 수학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1학년때 수학 점수는 괜찮았었다. 미적분 들어가면서 멀어졌지만)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 역사 등이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누구와 상의도 없이 내 의지로 문과를 선택했다. 그때 왜 담임선생이 날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는지는 기억이 없다. 그때 결과대로 이과를 선택했어도 생명, 유전, 자연, 천문지리 등에 여전히 관심이 많으니 나름 적응은 잘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봐도 난 문과성향이 더 다분한 사람이긴 하다. 


이 책은 문과 남자의 과학 입문서로 볼 수도 있고, 과학(이과)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원래 유시민 작가의 문체를 좋아해서 그런 지 진도는 잘 나갔다. 뒤편 양자역학 부분과 엔트로피 부분에서 달그락 거리긴 했는데 어차피 이론 깊이 다룬 것이 아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저자는 당부한다. 과학자들은 읽지 말기를. 근데 나는 반대다. 혹시 이 글을 읽는 과학자가 있다면 과학자로서 문과 출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써 주기를 부탁한다. 

2. 인상 깊은 문장들

 -나는 물질세계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무지했다. 우주, 은하, 별, 행성, 물질, 생명, 진화 같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문과니까  

←하하하 나도 그랬다.

 

-문명의 역사는 세속권력이나 종교권력을 거머쥔 ‘거만한 바보’들이 자연과 인간에 관한 사실을 탐구하고 밝혀낸 과학자를 가두고 고문하고 죽이고 책을 불태운 사건으로 얼룩졌다. 

←어째 지금 현실이 자꾸 아른거린다. 거만한 바보들이 마치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설치는 꼴이라니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또는 ‘네가 너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사람이 남을 모르는 거야 당연하다. 문제는 자기도 자신을 모르면서 남이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어려워진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질문으로 바꾸면 이렇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인문학의 표준 질문이다. 그러나 인문학지식만으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먼저 살펴할 다른 질문이 있다. ‘나는 무엇인가?’ 이것이 과학의 질문이다. 과학의 질문은 인문학의 질문에 선행한다. 인문학은 과학의 토대를 갖추어야 온전해진다.


-뇌의 주름을 펴면 쥐는 우표 한 장, 원숭이는 엽서 한 장, 사람은 신문지 한 장 정도다.


-사람은 저마다 인격과 정체성이 있다. 가치관, 개성, 기질, 취향이 다르다. 그 모든 것을 지닌 사람의 정신적 주체를 ‘자아’라고 하자. 사람은 외모만 다른 게 아니라 자아도 다르다. 한  사람의 자아는 사는 동안 계속 달라진다.


-언어가 있기 때문에 큰 규모의 공동 행동을 조직할 수 있었고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으며 생산력을 높이고 문명을 건설했다. 언어는 종교와 함께 문명을 가르는 가장 강력한 경계선이다


-거듭 말하지만, 뇌를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만든 기계로 보는 견해를 나는 받아들인다. 우리의 뇌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게 받아들여 적절한 대응책을 찾는다. 왜? 생존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뇌의 존재 이유다. 


-모든 동식물의 유전자는 동일한 생물학 언어로 쓰여 있다.


-나는 유전자가 만든 몸에 깃들어 있지만 유전자의 노예는 아니다. 본능을 직시하고 통제하면서 내가 의미 있다고 여기는 행위로 삶의 시간을 채운다.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목표를 추구한다.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방식을 선택할 권한을 내가 행사하겠다. 유전자, 타인, 사회, 국가, 종교, 신, 그 누구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겠다. 창틀을 붙잡고 선 채 죽은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종교는 믿는 자에게는 진리이고 믿지 않는 자에게는 망상이며 권력자에게는 유용한 통치도구다.


-소련은 미국이 아니라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싸우다 졌다.


-뇌는 대체로 본업을 앞세운다. 욕망이 이성보다, 이익이 도덕보다 힘이 세다.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종의 동물을 사냥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종의 다른 개체를 개별적, 집단적으로 살해하는 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전자는 입자이고 파동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물리학이 대답한다. 별에서 왔지


-어떤 사물도 다른 것과의 관계를 떠나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

 

3. 추천 혹은 권유는?

유시민 작가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도 드물다. 주변을 살펴보니 그의 정치적 행보를 더 깊게 받아들인 사람일수록 그런 측면이 더 두드러진다. 대학시절부터 유시민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다.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 때문이다. 그때는 막연하게 유신시대를 살아간 한 천재 운동가쯤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런 인물이 어느 날 텔레비전에 나오기 시작하더니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었다. 기억하다시피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는 백바지를 입고 첫 등원을 해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누구보다 노무현 정부 정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한 인물로 기억한다. 


정부가 바뀌고 잠시 정치평론가로 얼굴을 비추더니 어느 해인가 ‘진보 어용 지식인’을 표방하며 작가 전업을 선언했다. 사실 나는 정치인 유시민은 큰 관심이 없다. 난 작가 유시민을 좋아한다. 아니 그의 글을 좋아한다. 그가 쓴 책은 여러 권 읽었고 그의 문체도 좋아한다. 이 책도 아마 유작가의 책이라 나에게는 더 쉽게 읽혔을 수도 있겠다. 유시민 작가 대변인도 아니니 각설하고 책 내용에는 과학에 대한 깊은 이론이 들어 있는 책은 아니다. 다만 과학이 우리 삶에 멀리 떨어져 있는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하게 깨우쳐 준다. 


추천해 봐야 어차피 유신민을 싫어하는 사람은 안 읽을 것이고, 혹시 그런 생각으로 대했던 사람이라면 정치인 유시민 말고 작가 유시민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하는 권유는 해본다. 그것도 싫으면 말고.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게 된 것 하나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 지다.

별에서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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