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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Jan 31. 2024

16강 사우디전 골 결정력에 대한 변명

이제는 8강이다. 응원하자.

“아~ 아~~~이고”

“야이~ 빙신아~ 그걸 못 넣냐? 아휴’

새벽녘 전국에서 내뱉는 한탄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같이 안 봤어도 다들 저 마음으로 봤을 테니 같이 들은 것으로 하자. 

승부차기 승리 후: 사진출처 뉴시스

오늘 새벽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는 그야말로 반전의 반전 드라마 같은 경기였다. 별 기대 없이 본 전반전은 ‘그럼 그렇지’ 정도의 시답잖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고 1골을 먹어버렸다. 그 후부터가 반전이다. 감독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아니면 곧바로 황희찬, 조규성을 투입하면서 전술의 변화를 주었다. 그때부터 경기 양상은 180도 달라졌다. 하지만 선수들이 그동안 마음고생과 각종 언론의 집중 난타 때문이었는지 다들 서두르는 경향을 보였다.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줄기차게 공격을 했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1대 0인 채로 경기는 90분이 다 지나버렸다. 


하지만 중동축구 특유의 침대축구 덕분에 추가시간이 10분이나 주어졌다. 하지만 추가시간이 또 흘러가도 골은 나오지 않았다. 이제 경기는 9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에이~ 졌다 졌어’ 하며 잘 준비를 하려는 찰나 와~ 공이 골대 앞에서 춤을 추더니 거짓말처럼 들어갔다. 그것도 드라마 같이 그동안 숱하게 욕먹고 있던 조규성의 머리를 통해 나왔다. 정말 기적 같은 동점골이었다. 

그 순간 경기 내내 시끄럽게 웃고 떠들며 좋아라 하던 경기장을 가득 채운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들은 표정을 봤어야 한다. 마치 입에 넣어 삼키려던 달콤한 사탕을 홀라당 뺏긴 표정이었다. 대표팀은 그렇게 어렵게 연장전을 따냈다. 연장전에 돌입하자 한국팀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운명의 승부차기 여기서 또 다른 욕받이 신세였던 영웅이 등장한다. 김승규 선수의 부상으로 조별리그부터 골대를 지켜온 조현우는 조규성과 함께 조별리그 내내 욕받이 대상이었다. 한 골 한 골이 피가 마르는 승부차기에서 조현우는 무려 두골을 연거푸 막아냈다. 그렇게 대한민국 16강전은 욕받이 두 조씨 선수를 다시 영웅으로 만들고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겼음에도 여전히 말이 많다. 늘 말하지만 비판은 하되 비난은 말고 또 지금은 아직 탈락한 것도 아니니 응원에 더 집중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특히 어제 경기에서 보여준 슈팅 대비 골이 적은 것에 대해 몇몇은 고질적인 문전처리 미숙을 거론하던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 많은 시간 공격에도 1골밖에 못 넣은 것에 대한 답답한 마음의 표현이라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언제 적 문전 골처리 미숙을 들이밀 텐가. 이런 말은 한국축구 자존심 문제다. 손흥민이라는 세계최고 리그 EPL득점왕 출신이 버젓이 있었고, 같은 리그에서 현재 10위 안에 드는 골잡이 황희찬도 뛰었고 또 PSG의 신성 이강인도 뛰었는데 거기에 문전처리 미숙이라는 고릿적 입축구 분석은 격에 맞지 않은 비난일 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만큼 준비를 잘한 것이고 여기에 대응하는 전략이 부족했다고 하면 이해한다. 어제 경기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력은 출중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엄연히 우승 후보국이고 지난 월드컵에도 출전해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조별리그에서 이겼던 강팀 임에는 틀림없다. 

빛현우라는 별명을 증명한 조현우: 출처 스포티비, 게티이비지코리아

선수들도 평상시보다 몸이 무거워 보이며 공을 자주 빼앗기거나 실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조별리그 결과에 선수들이 어느 정도 주눅이 들어 있었고 더군다나 단두대 매치다 보니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꼭 넣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긴장된 상태에서 평소 실력이 안 나온 것이다. 그런 것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감독인데 클린스만은 정말 할 말없는 감독이다. 이런 선수들의 상태를 짐작하기에 아시안컵 끝날 때까지(탈락하면 거기까지) 응원에 더 집중하자는 것이다.


냄비팬들 중에 가장 말이 많았던 골키퍼 비웠을 때 상황에 대해 말해 보겠다. 조규성이나 홍현석이 골키퍼가 없었던 상황에서도 슛을 때리지 못한 것은 주눅이 든 상태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생긴 자신감 부족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물론 자신감도 선수 실력이니 ‘그게 그 거지 이 양반아’하면 할 말없다. 그럼에도 그 상황을 이해하면 선수 까기가 좀 줄어들까 해서 쓴다. 그 좋은 찬스에서도 슛을 못한 이유를 나는 이렇게 본다. 


먼저 조규성이 직접 슈팅하지 못한 이유는(내가 조규성한테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 찬스 직전에 있었던 일도 약간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조규성은 바로 직전 한차례 더 좋은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거의 수비가 없었는데 조규성과 거의 바로 같은 라인에 손흥민을 비롯해 우리 선수 1~2명이 같이 뛰어들고 있었다. 그때 조규성은 잠시 두리번거리다 패스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자신이 슛을 했다. 그러나 골은 빗나갔고 그때 손흥민이 조규성한테 더 좋은 곳에 패스하라는 제스처를 하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정확하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몸짓이나 입모양으로 봐서 주변을 보고 슛을 하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골대가 비워진 찬스가 왔을 때 아마 조규성은 수비수들이 있으니 손흥민 말이 떠올랐고, 더 좋은 기회를 찾았을 것이다. 그때 골대 사각에 있는 홍현석이 보이니 패스를 한 것이다. 그러나 홍현석도 주저주저하더니 슛을 하지 않고 반대편 손흥민에게 공을 주는 게 아닌가? 홍현석은 국대팀에서 거의 막내급이다. 물로 나이로 치면 막내라인은 아니겠지만 아직 국대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경험이 많지 않으니 그 급박한 순간 ‘내가 차서 안 들어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막내가 누굴 찾겠는가. 든든한 주장 손흥민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상대수비는 정비된 후였고 손흥민과 조규성이 엉겨 붙으며 손흥민의 슛은 무위가 됐다.


조규성에 충고한 손흥민을 뭐라 그러는 게 아니다. 손흥민은 주장이자 선배로서 당연히 조규성에게 공격수는 늘 더 좋은 기회를 위해 주변을 살펴야 한다는 충고는 할 수 있다. 다만 조규성도 인간이니 직전 그 말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경기력이나 자신감이라는 것이 그냥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주눅 들거나 선배의 역할, 감독의 역할 등이 두루 영향을 줘야 생긴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그러니까 최소한 말레이시아 전은 이겼어야지 클린스만 감독님아! 


굳이 골을 많이 넣지 못한 이유를 한 가지 더 찾자면 사우디아라비아 골키퍼가 정말 잘하더라. 이강인의 번개 같은 슛, 손흥민의 슛, 황인범의 슛, 김민재 헤딩 등 결정적인 유효 슈팅도 모두 골키퍼가 막아내니 그 실력도 인정해줘야 한다. 

주장의 품격:경기 후 운동장을 돌며 사우디팬들에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주장, 어느 사우디 팬의 SNS글

그나저나 빈살만 사우디왕세자가 어제 경기 보고 열받아서 꿈의도시라 부르는 네옴시티 건설에 우리나라를 빼면 어쩌지. 예산만 우리나라 1년 예산인 650조가 넘는 엄청난 대공사라던데. 그럴 줄 미리 알고 손흥민이 탈수 증세를 이겨내며 경기 후 사우디아라비아 선수 한 명 한 명을 그리 꼭 안아주며 위로해 주었나? 역시 손흥민은 무엇이든 월클이야. ‘흥민이 아버지 흥민이는 월클이라고요.’ 

난 나중에 흥민이가 대통령 출마하면 1표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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