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홈즈 Feb 03. 2024

8강전 호주와의 경기를 보며 뒷목이

축협은 왜 드라마 작가를 뽑은 거냐?

‘이게 축구냐? 드라마지!’

호주와의 8강전 한 줄 평으로 나는 이렇게 쓰겠다. 

아시안컵 8강전 선발 명단

전반전 점유율 70%로 뭔가 공격을 하고 있는데 슈팅 한 개를 못 때렸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했지 골대 앞에 가면 호주 선수들에게 둘러 쌓여 패스할 곳을 찾자 못하다 공을 뺏기기 일쑤였다. 심란한 것은 전반전 내내 같은 패턴을 보여 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전반전 막판 결국 호주에게 먼저 1골을 먹게 되었다. 내내 볼 점유만 하면 뭐 하나 한방에 가는데. 한숨이 나오고 그동안 눌렀던 욕이 마구마구 튀어나왔다. 백 년 묵은 고구마가 가슴을 짓눌렀다. 참다 참다 입을 씰룩거리며 욕을 뱉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뒷목을 타고 오르는 스트레스가 나를 쓰러뜨릴 것 같았다. 


그렇게 1대 0으로 진 채로 전반전이 끝나자 잠시 더 볼지 말지 갈등했다. 이걸 끝까지 봐야 하나? 왠지 ‘오늘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는 달리 호주는 힘과 체격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수비는 견고 했고, 결정적으로 호주는 5일을 쉬었다. 이에 비해 한국 선수들은 16강전 사우디와 경기를 치른 후 겨우 이틀 밖에 쉬지 못했다. 더군다나 사우디전은 연장전 혈투에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았던가. 우리 대표팀이 후반으로 갈수록 이길 확률은 점점 줄어들 수 박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기로 했다. 

‘아시안컵 중에는 비난이나 비판은 자제하고 응원에 집중하기로 했으니 미워도 내 새끼들 새로운 마음으로 응원하자’

후반전에도 클린스만 감독 축구 아니랄까 봐 큰 변화 없이 전반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조금 달라진 점이라면 브레이크 타임 때 선수들끼리 필승 결의를 다졌는지 공격에 더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특히 중원에서 공중 볼을 대부분 호주선수 차지였고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 선수들이 실수도 나오기 시작하며 불안감을 증가시켰다. 결기를 계속 불안불안 조마조마하며 봤더니 뒷목이 뻐근해졌다. 


경기는 어느덧 90분을 넘겼고 추가시간은 7분이 주어졌다. ‘에이 졌네 졌어’ 화면에 잠시 엷은 미소의 클린스만 감독이 스치자 얄미운 마음이 쑤욱 올라왔다. 후반전 추가시간도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손흥민 선수가 공을 몰고 넘어질 듯 말 듯 호주선수들 틈을 파고들고 있었다.

‘때려! 때려’ 

냄비팬의 특권인 선수에게 명령하기를 시전 했다. 하지만 흥민선수는 공을 몰고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 순간 호주선수의 태클이 들어왔다. 흥민 선수는 넘어졌고, 즉시 심판의 손이 올라갔다. 페널티킥이었다. 공은 황희찬 선수 손에 들려 있었다. 황희찬 선수가 공을 노려보며 디딤발을 뛰었다. 차마 보지 못하고 잠시 고개를 돌렸다. ‘골~~~” 아나운서의 흥분된 목소리가 화면을 뚫고 나왔다.

잠깐, 경기 막판 동점골! 어라? 이거 어디선 본 장면인데. 

16강 사우디전이 소환되었다. 그럼 오늘도 승부차기까지 가는 건가? 그렇게 동점을 만들어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바닥이었고, 결과는 누구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월드클래스 손흥민이 있었다. 연장전 전반 골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를 호주 선수가 반칙으로 끊었다. 프리킥 찬스가 왔다. 차기에는 다소 먼 거리였다. 공 앞에는 이강인과 손흥민이 서 있었다. 이강인이 차는 건가? 정적의 순간, 손흥민이 살짝 움직이더니 공을 차올렸다. 공은 엄청난 괘 적을 그리며 거짓말처럼 골대안으로 들어갔다. 

‘와~~~’ 

환상적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말이다.

사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후 호주선수 1명의 퇴장으로 더 유리해진 우리 팀은 2대 1 승리로 경기를 끝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4년 아시안컵 4강에 진출한 순간이었다.


경기를 이겨서 좋긴 하다만 이렇게 리뷰를 쓰자니 다시 열이 확 올라온다. 반전드라마 같은 경기를 보고 나서 그런지 삭신이 다 쑤신다.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 같은 경기를 계속 보게 될 것 같은데 이거 큰 일이다. 이런 반전드라마를 앞으로도 계속 보게 한다면 축구팬들 생명이 단축될 것이 틀림없다. 오징어 게임 할배가 소리쳤지 않나 ‘이러다 다 죽어!’

도대체 축협은 유능한 축구감독을 뽑으랬더니 왜 드라마 작가를 뽑은 거야?


누굴까? 요기에 힌트.

https://blog.naver.com/junbh1/223334658885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의 심리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