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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Feb 13. 2024

황홀한 글감옥

황홀한 책 감옥에 빠지는 한 해 되기를


황홀한 글감옥:저자 조정래, 출판 시사인

      

'황홀한 글감옥'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멋진 제목의 채이다. 제목만 보고도 집어 들 수 있는 책이다. 역시 책 제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책 제목만큼이나 읽는 내내 나에게 황홀한 공감을 가게 하는 즐거운 책이었다. 태백산맥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쓴 조정래 선생은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작가다. 조정래 선생의 책이었기에 선택한 이유도 있다. 


조정래 선생은 글쓰기를 치열한 노동으로 표현하면서 자신이 40여 년 글쓰기 동안 3편의 장편소설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기관리를 하면서 숨 막히는 노동으로 승화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숨 막히는 치열한 글쓰기 노동을 '황홀한 글감옥'이라고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나도 글쟁이 흉내를 내고 있지만 정말 멋진 표현이다.


내가 '조정래'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아마 1989년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처음 입학했던 대학을 중퇴하고(잘렸나? 80년대 시대 상황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군대를 가야 했으나 학생운동의 미련으로 시험을 치르고 학교를 옮겨 다시 학생이 되었었다. 입학 후 나이 때문에 더 이상 군대 연기가 안되던 시대였다. 입대 날짜를 받아 놓고 입대 전 갑갑한 마음에 책 읽기에 몰두하면서 만나게 된 책이 바로 '태백산맥'이라는 멋진 책이었다. 책을 잡자마자 페이지마다 뛰어노는 전라도 사투리 맛에 빠지고, 황홀한 글맛에 빠져들었다. 당시 시대 상황에서 그런 책을 만나게 된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입대 전까지 책이 다 출간되지 않아 전권을 다 읽지 못하고 입대했었다. 그런데 자대 배치 후 소대장이 문과 출신이었는데 우연히 면담 들어갔다가 소대장 방에서 '태백산맥'이 10권까지 있어서 빌려 완독할 수 있었다. 그런 조정래 선생과의 인연이 시간이 흘러 다시 이렇게 좋은 책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련했던 태백산맥의 감동이 다시 밀려왔다. 특히 조정래 선생의 내면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작가의 역사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고, 10년에 걸친 법정 싸움을 대처하는 의연한 자세에서 마치 독립운동하던 독립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모든 내용들이 좋았는데 특히 '뿌리'를 읽고 작가가 느꼈던 충격과 작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맘에 와닿았다. 이 부분을 읽으니 작가의 소명의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여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 

선생은 이것이 작가가 지녀야 하는 가슴이고, 의식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성적 분노와 논리적 증오를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어야만 바르고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있다.’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조정래 선생은 아들과 며느리에게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를 시켰다는데 그 필사를 통해 얻는 것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하려면 하루 1시간씩 잡아도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집안사람들이다. 나도 이참에 태백산맥 전권 필사라는 무모한 도전해 볼까 하다가 말았다. 그건 정말 무모한 도전이고 독서량이나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황홀한 책 감옥에 빠져 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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