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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르 Dec 30. 2018

파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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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낳았다.

조리원에 들어갔고, 같이 아기를 낳은 동지들이 있었다.

조리원 동지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참 전에 그만 두었던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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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복직을 했다.

회사 사람들과 친구를 맺으면 안된다는 불문율을 스스로 깨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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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로워 리스트에 조금씩 회사 사람들이 늘어났다.

회사의 나와 일상의 나를 분리하는 행동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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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백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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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휴면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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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아기가 잠들고,

핸드폰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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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열었는데,

덕지덕지 붙어있던 정사각형의 흔적들은

모두 하얗게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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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기얼굴을 보고 있으니

시간이 다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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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더 풍성히 채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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