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땐 잠옷을 입기
새로운 잠옷을 샀다.
수면시간 7시간에 아침/저녁 2시간 씩. 하루 24시간 중 11시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잠옷은 내게 매우 중요한 옷이다. 나에게 제 2의 피부다. TPO라고 하는, 상황에 맞는 옷이라면 그 어떤 상황보다도 잠옷은 잠을 자는데 적합한 옷이어야 한다. 신체의 어느 부위에선가 거슬림이 없고, 피부에 부드럽게 와 닿으며, 양치할 때 비춰 보는 내 모습이 못나보이지 않아야 하고, 세탁기에 툭 던져넣는 간편함 또한 있어야 하며, 자기 전 요가수련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축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잠옷은 냄새나지 않고, 깨끗해야 한다. 어딘가 얼룩이 묻어 지워지지 않으면 아침 저녁 양치할 때마다 거울을 보고 (하루중 가장 거울을 많이보는 시간이다.)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의식하지 않으려 할 수록 더 많이 보게 된다. (마치 내 단점같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잠옷을 입은 전후로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습관은 일상 속 소화기관의 휴식을 위한 지침으로써도 유효하다.
잠을 험하게 자는 지, 부드러운 소재 자체가 약한건지, 가끔 어딘가 찢어져있는 곳을 발견하기도 한다. 미루다 미루다 기울 때도 있고, 많이 헤진 경우에는 과감하게 버리기도 한다. 잠옷을 버리는 느낌은 제 2의 피부를 갈아버리는 느낌이기도 하다. 잠잘 때 내 몸을 감싸주었던, 요가할 때 함께 나와 부대꼈던 제2의 피부 같은 잠옷은 특별하다가도, 헤져 버릴 때는 가차없다.
새로운 잠옷을 맞는 느낌은 어색하다. 지금 나는 새로산지 7일된 잠옷을 입고 글을 쓴다. 디자인이 맘에 들어 샀지만, 사실은 정말로 뻣뻣하다. 무엇이든지 새것은 좋고, 새것은 길들여야 한다. 하지만 부드러워 질 것을 알고 있다. 시간을 들여야 한다. 사람에게 시간을 들이는 것과 같이 물건에도 길을 들여야 한다. 손이 닿고, 얼굴이 닿아야 한다. 떠나가는 순간은 생각하지 말자. 일단 시간을 충분히 들여 나의 피부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흡수시키는 것. 네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맞은 겨울이 춥지 않도록, 너와 나, 가만히 붙어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