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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아 Jul 20. 2023

오늘 있었던 일

2023년 7월 19일 수요일





아이들이 커 이제는 더 이상 놀지 않는 장난감이 몇 있기에 스스로 정리를 맡기며 말했다.

이 장난감들이 필요한 어떤 친구에게 팔고 생기는 돈을 너희 돼지 저금통에 넣어주겠다.


집에서는 이미 노동의 가치 개념으로 집안일을 돕고 100원씩 벌고 있는 아이들인지라 너희 돼지 저금통에 돈이 채워진다 전하니 매우 기뻐했다. 뽑기를 할 수 있는 동전이 유일하게 큰돈인 줄 알았던 아이들이 자란 것이다. 돈의 가치를 차츰 알아가는 중이라 본인들의 장난감을 팔면 얼마가 생기느냐 물었다. 천 원이 될 수도 있고 만 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답하니 천 원이면 무얼 살 수 있고 만 원이면 무얼 살 수 있냐 물었다. 큰아이의 기준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천 원이면 포켓몬 카드 일반을 살 수 있고 만 원이면 포켓몬 도감 책 한 권을 살 수 있어."


우리는 형 누나가 되었으니 이런 장난감은 시시하다며 큰소리를 치는 녀석들은 어차피 이제 더 이상 놀지 않는 장난감들이니 엄마가 당근마켓에 올려주고 팔리면 돼지 저금통에 넣어주겠다는 말에 적극 동의했다.

장난감들을 모아 깨끗하게 닦고 마지막 인사를 한 다음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었다.

몇 줄의 장난감 설명과 함께 당근마켓에 올리자 한 엄마가 작은 아이의 장난감을 관심 있어했다.

집 모양의 가방인데 그 가방을 열면 강아지 집이 되는 그런 귀여운 장난감이다. 외모에 걸맞은 이름 역시 귀염뽀짝 댕댕이집.


"세 살인데 놀 수 있나요?"

"저희 아이가 세 살에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 받은 거예요. 충분히 놀 수 있어요."

그 엄마는 자기가 구매하겠다는 말과 함께 익일 몇 시에 방문하겠다 했다.

시간 약속을 잡고 예약 중이라는 푯말을 걸어둔 뒤 댕댕이집을 쇼핑백에 담고 세 살 아이가 먹을 작은 간식과 함께 준비를 해두었다.


그리고 당일.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익일로 미루겠다는 메세지가 왔길래 알겠다고 하고 약속을 미뤘다.


그리고 또 당일.

약속한 시간이 되자 아이 하원 시간이 겹쳐 안 되겠다며 익일로 미루겠다고 메세지가 왔다. 그래 세 살 아이 엄마면 뒤돌아서면 하원 시간인지라 얼마나 바쁘겠어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나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음날 와달라 메세지를 보냈다.


그리고 또또 당일이 되었다.

이번에는 약속 시간을 코앞에 두고 아이가 갑자기 아파 안 되겠단다.

이쯤 되면 이 사람의 신용을 의심하게 된다. 세 번의 약속을 모두 취소했고 더불어 그중 한 번은 시간에 닥쳐 취소를 했다. 아이가 정말 아픈 건 맞는지가 의심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로 아프다면?이라는 생각이 함께 드는 순간 아이의 아픔을 의심한 내가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이가 아픈 게 정말 맞는다면 이 엄마는 지금 아마 매우 고통스러운 순간일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쓰고 있던 메세지를 모두 지우고 다시 쓴다.


아이 아픈 건 괜찮아요? 아이 괜찮아지면 찾으러 오세요.


작은 아이는 세 살 먹은 이름도 모르는 동생이 댕댕이집을 만나면 얼마나 기뻐할까? 행복해했다. 손에서 방방 거리며 걸어 다니는 자그마한 강아지를 끌어안고 산타하라부지 고맙쯥니다 외치던 그날의 작은 아이 모습이 떠올라 세 살 아이도 분명 이렇게 좋아할 거라는 웃음이 지어진다.


내일은 정말로 온다고 했는데

과연 약속 시간이 다가오면 어떤 메세지를 마주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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