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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없어도 사랑받는 신입들의 4가지 비밀

신입이 '믿음직한 사람' 되는 법

by 제이린 Jayleen


"일 잘하는 방법을 모르겠어요!"라는 후배들의 고민을 듣고 시작하게 된 코칭.

보고서 쓰기, 업무 우선순위 정하기 등 실무적인 방법도 얘기할 게 많았지만 첫 직장 생활 6개월차에 번아웃이 오고 있던 신입 후배를 생각하며 '직장 생활'의 개념과 마음가짐부터 짚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후배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회사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요?"


모두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돈을 버는 곳, 커리어를 쌓는 곳...

물론 틀린 답은 아닙니다. 이런 답은 어떨까요?



직장이란,
1. 성장하는 곳 (지적 자산과 업무 효율) 2. 신뢰를 쌓는 곳 (관계의 지속 및 확장)



회사는 정답을 아는 곳이 아니라, 정답을 같이 찾아가는 곳 같습니다.


그럼, 회사에서 원하는 직원은 어떤 사람일까요?

"빠르게 배우고(성장), 약속을 지키는 사람(신뢰)"입니다.


신입에게는 특히 '빠르게 배우는 능력'보다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태도가 1순위이죠.


결국, 직장 생활의 기본기는 '신뢰'를 만드는 데서 시작됩니다.



1. 첫 번째 기본기: 질문하는 태도는 '리스크 관리'의 시작


<신입사원 Q의 일화>

Q 씨는 최근 팀장님께 "상반기 실적 보고를 위한 '핵심 요약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Q씨는 핵심 요약 테이블이 뭔지 의미가 확실하지 않았지만, 일단 '테이블'이라는 단어에 꽂혀 곧바로 엑셀을 열고, 지난 6개월간의 모든 수치를 빽빽하게 채워 넣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팀장님의 '핵심'이라는 단어와 '요약'이라는 목적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Q 씨는 꼬박 세 시간을 들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표를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완성된 파일을 팀장님께 보고했을 때, 팀장님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습니다.

"Q 씨, 제가 요청한 건 '핵심 요약 테이블'인데 이건 그냥 데이터 나열이잖아요. 왜 보고서에 이 많은 숫자를 쑤셔 넣었어요?"

Q 씨는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테이블'을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왜 자신이 혼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팀장님이 원하는 '핵심 요약 테이블'은 사실 엑셀이 아닌 파워포인트 첫 페이지에 들어갈 '인사이트 도출을 위한 3줄짜리 요약 텍스트'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팀장님의 머릿속에 있는 '핵심 요약 테이블'이라는 단어와 Q 씨가 이해한 '핵심 요약 테이블'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죠. 지시받은 즉시 "팀장님, 혹시 핵심 요약 테이블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한 장 분량으로, 지난 분기 대비 가장 두드러진 지표 3가지를 보여주면 될까요?"라는 단 한 번의 검증 질문을 했다면, Q 씨는 3시간의 리소스 낭비를 막고, 팀장님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으며,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직원이라는 신뢰까지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Q씨는 지금 "넵"병에 걸려 있습니다.

일단 업무 지시를 받으면 이해가 되지 않아도, 다시 물으면 머리가 나쁘거나 일을 못한다는 낙인이 찍힐까봐 두려워서 대답부터 하는 것이죠.


신입사원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분위기, 업무, 지시하는 상사에 대한 이해 등 모든 면에서 새롭고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직장 생활 경험이 전무한 '완전 신입'의 경우에는 직장생활에 대한 개념부터 모호하기 때문에 동료나 상사의 행동 방식과 의미 등 문화부터가 낯설 거구요.


용기를 내서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상사가 너무 바빠 보이거나 혹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사는 나보다 관리하는 업무 범위가 많기 때문에 한가할 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는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이 질문합니다. 모르는 것을 숨기지 않고 질문하는 태도는 빠르게 학습하고, 예상치 못한 실수를 최소화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질문에도 레벨이 있습니다.


1.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질문
2. 방법을 묻는 질문
3. 내가 생각한 안을 제시하고 검증을 요청하는 수준 높은 질문


신입사원이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1번 수준의 질문을 스스럼없이 던져야 하며, 조금 더 나아가 본인의 고민과 생각을 담아 2번 질문까지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질문은 내가 생각한 안을 최소한 1개는 들고 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업무에 돌입하기 전에 적합한 질문으로 명확하게 방향을 확인하고 간다면, 3시간 걸릴 일이 30분 만에 해결되기도 합니다. 질문을 하면 이런 효과가 발생합니다.


1. 지시한 업무의 방향과 방법을 명확히 확인한다.
2. 상사의 '단어'를 이해하게 된다.
3. 지름길로 업무를 처리해서 '내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4. 이해가 빠르고 업무처리가 효율적인 '신뢰 가능한' 직원으로 평가 받는다.



물론 이런 방향을 굳이 질문으로 확인하지 않도록 상사가 길게 풀어서 설명해 주면 좋겠지만, 우리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1. 상사는 나에게 쓸 시간이 많지 않다. (나는 수많은 부서원 중 한 사람)
2. 같은 단어를 두고도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바는 다르다.


질문을 통해 내가 지시 받은 업무의 목적과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바로 확인을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태도는 신뢰로 이어집니다.




2. 두 번째 기본기: 피드백은 '나의 성장 가이드'


<사례1>
- 상사 : Q주임님, 혹시 지난주에 지시한 업무 처리 다 되었나요?
- Q : 아... 하고 있는데 중간에 거래처가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고 하여 아직 무엇무엇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 상사 : 그런 이슈가 있었는데 왜 바로 말하지 않았죠?
- Q : 바빠 보이셔서...
- 상사 : 마감기한이 이번주 금요일까지인데 지금 그 단계면 어떻게 일을 처리하죠?
앞으로는 중간에 특이사항이 생기면 바로 공유해 주면 좋겠어요.
- Q : (그 문제가 큰 문제인 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마감기한을 나에게 따로 얘기해 주지 않았으니까 그렇지. 나는 진짜 안 쉬고 일 했는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나는 어딜 가든 인정 받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된 건 이 회사가 나랑 안 맞는 것 아닐까?)
<사례2>
- 상사 : Q주임님, 어제 제가 다른 회사 사례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한 것 어떻게 됐나요?
- Q : 네, 지금 하고 있고 절반 정도 전화 했습니다.
- 상사 : 전화로? 왜 전화로 알아봐요? 그리고 어디에 전화했는데요?
- Q : ChatGPT에 물어보니까 조사할 만한 곳을 알려줬고 정확한 정보를 기입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일일이 담당자에게 전화로 내용을 물어봤습니다. (스스로 뿌듯한 미소)
- 상사 : (뜨악하며)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관련 회사 정보가 올라와 있고 거기만 조사하면 되요. 관련 정보도 홈페이지에 웬만한 것이 나와있어서 그것만 표로 재정리 하면 되는 거였는데... 제가 홈페이지 참고하라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아니었나요?
- Q : 아...
- 상사 : 길어야 30분이면 될 일이었는데... 이 자료는 다음주 본부장님께 우리 업무 보고할 때 물어보시면 쓸 보조자료로 쓰려고 했거든요.
업무를 지시했을 때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친 후 일을 하는게 좋겠습니다. 일단 작성한 자료 넘겨 보세요.
- Q : ...네 (내 딴에는 홈페이지에 업데이트가 정확히 안 되어 있을 것 같아 일일이 전화로 물어보는 수고를 한 건데, 왜 내 수고를 안 알아주지? 나를 무시하는 건가?)


위의 사례처럼 어떤 업무이든 과정이나 결과에서 우리는 상사로부터 피드백을 듣게 됩니다.

경력이 쌓일 수록 업무의 목적과 상사의 의도를 읽어내는 능력이 길러지기 때문에 실수하는 일이 줄어들지만, 신입사원일 때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수시로 듣게 마련입니다.


업무처리가 부진하거나 상사가 지시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결과물을 가져올 때 주로 그렇죠.


보통은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들으면 움츠러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대개는 상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 종종 '내 인격에 대한 비난'으로 착각하고 방어적이 됩니다.


하지만 코칭에서 강조한 것은, 피드백을 "나를 위한 성장 가이드"라고 생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1. 서운한 감정 대신 사실에 집중해 보기 (감정과 사실을 분리)
2. 얼버무리거나 변명하기 보다 "다음에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기
3. 피드백 내용을 받아 적은 뒤 재정리해서 상사에게 재확인을 한다면 베스트.
"제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이 과정은 신뢰를 급상승시킴


이렇게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교훈 삼아 성장하려는 자세를 가진 모범 직원이라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세 번째 기본기: 메모는 '나의 자산'을 쌓는 장치입니다


메모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신입의 '자산 축적 장치'이자 '업무 리스크 관리 도구'입니다.

상사의 지시 내용을 두 번 묻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나 스스로도 업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메모할 때 이 6가지 요소를 구조화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누가: 요청자
- 무엇을: 요청 내용
- 왜: 목적
- 언제까지: 마감 기한
- 어떤 형태로: 산출물 형태
- 참고 자료: 필요한 배경 정보


특히, 회의나 지시 내용에서 할 일은 반드시 '누가/무엇/언제까지'의 형태로 기록하고, 이를 메모에서 따로 뽑아 To-do 리스트로 관리하면 좋습니다.


<예시>
[상황] 11/30 부서회의
[누가] 기획팀
[무엇] 팀별 사업 결과보고
[목적] 이사회 자료 작성
[언제] 12/15까지 제출
[참고] 전년 사업 결과보고 및 이사회 자료

* [핵심] 2025년 사업 결과보고 → 12/15까지 제출 필요
* [할일] (나) 결과보고 1차 작성 12/8까지 → A차장 검토 12/10까지


메모를 적을 때, 다음과 같은 사항도 함께 고민하며 적으면 좋습니다.

회의의 목적과 의도를 생각하며 적으면 업무의 결과가 상사의 의도와 맞닿을 확률이 높습니다.


- “이 회의의 목적이 뭘까?” 적어보기
- 발언 그대로 적지 말고 의도 중심으로 적기
- 할 일은 무조건 (누가/무엇/언제까지)로 기록하기
- 메모에서 To-do만 따로 뽑기




네 번째 기본기: 중간보고는 가장 강력한 '신뢰 도구'입니다


후배들은 흔히 "완성해서 보여드리자"고 생각합니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초안이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는 최대의 리스크입니다.

혼자 끝까지 작성하려고 고군분투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 있게 마련이고, 상사가 진행 상황을 물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입니다.


보고는 '완료 보고'가 아니라 '진행 상황 공유'가 기본입니다. 중간보고의 목적은 '방향성 맞추기'입니다.

상사를 안심시키는 한 문장은 매우 간단합니다.


"지금 [A]까지 진행했고, [B]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진행 상황과 함께 맞닥뜨린 어려움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바로 신뢰를 쌓는 가장 강력한 행동입니다.


중간공유 상황을 통해 상사는 후배나 부하직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본인의 업무지시가 자세하지 않았다는 반성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완벽해 보이려다 끝에 가서 된통 당하지 말고, 허술해 보여도 중간 공유를 통해 빠른 지름길을 찾아가는게 똑똑한 신입입니다.




실수했을 때: '신뢰 점수'를 올릴 기회


신입에게 실수는 필수 코스입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시절엔 당연한 이야기지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 나에게는 적용하기 힘든 말이긴 하지만요.


중요한 것은 실수에 대응하는 방식이며, 이것이 곧 신뢰 점수가 됩니다.

실수를 감추려 하는 것이 '진짜 실수'입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즉시 공유하는 것만으로 신뢰는 상승합니다.

실수 대처는 이 4단계 공식을 따르세요.


- 즉시 공유: 알게 된 즉시 보고합니다.
- 사실만 보고: 추측이나 예측, 변명을 빼고 일어난 팩트만 보고합니다.
- 해결 옵션 제시: (예: 1) 이렇게 해결, 2) 저렇게 해결)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재발 방지 1줄: (예: 앞으로는 체크리스트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신입직원이 아닌 노련한 부장, 차장급 직원, 혹은 임원도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보기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자존심'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내 업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나라는 사람'이 부족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수치심이 들기 때문이죠.


제가 주위를 살펴본 결과, 자아가 단단하고 자기확신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직급을 막론하고 자신의 실수를 겸허히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금방 넘어갑니다.


높은 직급이더라도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평판에 목마른 사람들은 변명에 급급하고 결국 관계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더군요.


신입 시절은 뭘 잘 몰라도 모두가 당연하다고 이해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용기를 가지고 실수도 대범하게 수용하고 바로 다음 스텝으로 옮기는 의연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런 직원의 태도는 '신뢰성'에 정점을 찍어 줍니다.



결론: 예측 가능한 사람이 곧 믿음직한 사람입니다.



1회차 코칭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신뢰를 쌓는 행동 패턴 몇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스스로 마감 기한을 먼저 말하고 , 정확성보다 예측 가능성을 우선하며 , 아는 척하지 않고 바로 물어보는 것.


이 모든 것은 결국 '이 사람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주는 행동입니다.


일은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답답했던 후배들에게, 이 '직장 기본기'가 좋은 성장의 토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코칭이 끝나니 후배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OJT에서는 'ERP 사용법'하고 '보고서 작성법' 정도 교육해 주는데 실무에 도움 되는 건 거의 없어요. 차장님이 얘기해주신 게 백만배 쓸모 있어요!"


30분이라는 코칭 시간이 짧다면 짧지만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임을 알고, 지금 이 코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직원이 있는 것을 알기에 대충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시간을 따로 내어 자료를 준비하고 코칭을 하였는데 이런 피드백을 받으니 뿌듯하더라구요.


다음 2회차 코칭에서는 이 기본기를 바탕으로 '하루/주간 효과적 일정 관리를 통해 업무를 설계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자신이 어떤 수준에 와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체크리스트를 다운 받아 풀어보세요!

- 20~25점: 체계·보고·점검 능력 우수. 신입치고 매우 안정적.
- 15~19점: 기본성 있고 태도 좋음. 다만 막힐 때 중간 공유가 약한 편.
- 10~14점: 일의 구조화가 부족. 우선순위·속도 관리 필요.
- 9점: 업무의 기본 루틴이 거의 없음. 일하는 방식을 처음부터 설계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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