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업무 코칭의 시작
기분 좋은 바람이 넘실대던 5월, 부산에서 치른 부서 워크숍에서 평소 내성적이던 후배 A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장님! 일을 잘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호텔방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2차를 기울이던 그날 밤, A는 술의 힘을 빌려 진심을 얘기한 듯 보였습니다.
그녀는 평소에 개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회사일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지라 저는 그녀의 말이 조금은 의외였고 반가웠습니다.
회사일에 열정이 있고 배울 의지가 충만하니, 도와달라는 말.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그 용기가 참 예뻤습니다.
어렵게 고백한 A의 말에 제가 무언가 액션을 바로 취해야 했지만, 체계적으로 뭔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주기적으로 시간을 내야 하는 부담감과 저조차 완벽하지 않은데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있는 건지 판단이 모호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틈틈이, 그리고 구체적으로' 돕기로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산책하는 동안 업무 관련 고민을 나누고, 웬만하면 그냥 결재해 주었던 문서들을 꼼꼼히 보고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A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서 생기는 어려움까지 적극적으로 저에게 나누기 시작했고, 그녀의 성장을 조금씩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A를 돕던 중, 입사한 지 3개월이 된 신입직원 B가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눈물 글썽이며 저에게 토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매우 패기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입사했던 B는 생각보다 잦은 지각과 더딘 업무로 은근히 질책을 받던 상황이었습니다.
아주 자세한 얘기를 늘어놓지는 않았지만, 부서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업무 진행 상황에 대해 중간보고를 하며 일하면 좋겠다는 조언에, B는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중간보고를 해야 하는 줄 처음 알았다며 두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이때 저는 확신했습니다. 회사 생활이 아예 처음인 신입직원과 경력직 신입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요.
매일 제가 시간을 내어 눈치 보며 물어보지 못했던 궁금한 질문을 다 물어보고, 일주일에 두 번은 업무 관련 코칭을 따로 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한 번 제대로 배워보고, 그래도 이 회사가 맞지 않는 것 같으면 미련 없이 퇴사하라"는 얘기를 나누었고, 저는 갑자기 신입직원 코칭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엔 같은 부서지만 다른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 입사 6개월 차 신입직원 C가 센터장님의 부름에 사무실에 와 있었습니다. 결재 올렸던 문서를 가지고 장장 2시간여를 센터장님께 가르침을 받는 그녀는 30대 초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싱그러웠습니다.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적으면 누구나 다 똑같이 20대 같은 느낌을 받나 봅니다.
저는 '요지(要旨)'의 뜻이 무엇인지부터 짚어서 가르쳐주시는 센터장님을 바라보며, 회사에서 해주는 OJT로는 신입직원 교육이 턱도 없다는 생각에 코칭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사실 OJT에서는 ERP 사용법 정도만 다루고 끝이 나 버리니까요.
'보고서 쓰는 법, 계획안과 결과보고의 차이 등 실무적인 부분만 나눠주면 되겠지'라는 제 생각이 안일했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오늘 '요지'의 뜻을 새로 알고 가게 된 직원 C도 "저도 차장님 코칭을 듣고 싶어요"라고 눈을 반짝이는데, 배우고자 하는 후배들이 많을 때 저는 무엇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 후배와의 경험을 통해 저는 코칭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일 잘하는 스킬'을 넘어, '직장생활의 기본기 잡기'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일 잘하는 신입은 어떻게 다른지
근본적으로 직장생활은 무엇인지
일의 목적은 무엇인지
이러한 질문부터 다잡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완벽한 선배가 아니라서 함께 공부하며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입사 13년 차인 저 역시 직장생활을 새롭게 점검해 보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보고, 관계, 속도, 태도.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직장 기본기 업무 코칭을 지금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