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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청 Oct 06. 2020

가본 적 없는 장소에 대한 그리움

사막을 그리는 이유

둔덕 드로잉 (2020), 진청 

너는

거기에서

밀물과 썰물 사이에 있는 바다처럼

정지해 있는

사막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성채>, 생택쥐페리 


나는 유독 사막을 많이 그린다.

사막에는 발을 들여본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사막이라는 공간에 대해 그리움을 느낀다. 


그림을 대학생 때 갑자기 공부하게 된 나는, 흔히 미대생들이 거치는 미술학원이라는 관문을 건너뛰고 그림을 시작했다. 그래서 보통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그리는 사물, 인물, 공간을 그리지 않고서 바로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리게 된 특이한 경우다. 


그러다 보니, 20년 하고도 몇 년간 쌓아온 나의 취향과 삶이 내 첫 그림에부터 그대로 담겼다. 의도한 것도 아닌데 그려놓고 보니 사막 그림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다 보니 사막 연작이 되어버렸고, 이를 하나로 묶어서 사막과 바다에 관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연작 '마음이 사막으로 달음질치는 모든 이들에게'를 졸업전시 작품으로 제출했다. (글 하단 사진) 그리고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미출간 그림책들 중 무려 두 권이 사막을 배경으로 한 작업이다. 


보통 그림에는 작가의 삶과 경험이 담기는 경우가 많은데, 사막은 책과 다큐멘터리로나 접해본 내가 왜 이다지도 사막에 매료되는 걸까. 가보지는 못했지만 나의 내면의 풍경이 사막을 닮아서일까.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끝없고 광활한 모래언덕.

아무리 오만한 사람이라도 겸손하게 만드는 거친 환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을 피워내는 선인장과 작은 동물들.

그리고 생명들이 절망하지 않을 정도로 필요를 채워주는 오아시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사막을 이렇게도 동경하고 찾게 되는 것 같다.

멀지 않은 미래에 스케치북과 그림도구들을 챙기고 사막에 가고 싶다. 그리고 사막의 쏟아질 듯한 별들을 바라보며, 혹은 사막을 걷는 낙타의 등에 타서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을 종이에 옮겨보고 싶다. 그러면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사막이 종이 위로 펼쳐지겠지.


마음이 사막으로 달음질치는 모든 이들에게 (2016), 진청



인스타그램: @byjeanc

https://www.instagram.com/byje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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