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청 Oct 05. 2020

취미가 본업이 되면 새로운 취미가 필요해

그림 다음은 필름 사진


요즘은 손가락 하나로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이상하게 나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 중 굳이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다.


필름 카메라에 처음 입문하게 된 건 대학교 4학년 때 '사진과 영상'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부터였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사둔 디지털 카메라는 있었지만 왠지 잘 안 쓰게 됐다. 수업 자료 검색하던 중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발견했는데, 사진의 분위기나 색감이 전에 보지 못한 것이었다. 작가를 검색하고, 작가가 쓰는 카메라를 검색해보니 필름 카메라였다. 필름 카메라는 생소했지만, 나도 그런 느낌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다.


당연하게도 작가가 쓰는 카메라는 학생인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금액대의 카메라였다. 대신 발품을 팔아 가성비가 괜찮다는 카메라를 중고나라를 통해 4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한 내 첫 카메라가 코니카 플래쉬매틱이다. 사는 과정도 험난했지만, 카메라 보는 눈이 없었던 나는 거래 사기를 당했고 불량품을 구매했다. 결국 수리비로 4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고장이 났다. 고장으로 인해 빛이 날아간 것처럼 찍히는데, 그 느낌이 일부러 연출하려고 해도 나지 않는 느낌이라서 굳이 다시 수리를 맡기지는 않았다. 내 손으로 직접 찍어보는 필름 사진은 충격적일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아래 세 장은 코니카 플래쉬매틱으로 찍은 사진이다.

  

필름사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 두번째로 구매한 카메라는 미놀타 X-700이다. 아주 비싼 카메라는 아니지만 학생인 내게는 부담스러운 돈이었던 30만원을 큰 맘 먹고 샀던 기억이 난다. 놀랍게도, 코니카와는 완전히 다른 사진들을 선물해줬다.


사실 코니카가 내내 고장나 있어서 정확한 비교라고 하기는 어렵고, 필름사진이 필름을 많이 타기도 하지만 미놀타는 훨씬 쨍하고 선명한 사진들을 뽑아준다. 아래 두 장은 미놀타로 찍은 사진이다.


원래 나의 가장 큰 취미는 그림이었고, 그 다음이 사진이었다.

그러나 그림이 업이 되어버린 지금, 내 가장 큰 취미는 사진이 되었다. 사진 외에도 영화보기, 애니메이션 보기 등 취미가 많은 편이지만, 사진은 결과물이 남는 생산적인 취미이고 그림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는 점에서 내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만 아쉬운 점은 최근 내가 좋아하는 필름이 줄줄이 단종되고 있다. 분명히 2년 전만해도 한 롤에 2,500원에서 3,000원이면 샀던 필름인데 지금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필름값도 필름값이지만, 현상값도 만만치 않다. 부담스러운 가격에,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필름카메라를 손에 잡은지는 오래되어 언제 또 다른 취미에 빠지게 될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가장 애착이 가는 취미는 단연 필름 사진 찍기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내 그림과 사진을 엮은 책을 내보고 싶다.



인스타그램: @byjeanc

https://www.instagram.com/byjeanc/.

작가의 이전글 프리랜서의 달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