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바란 삶

출판사에서 깨달은 것들

by 진청
moon flower (2018), 진청

나의 첫 직장은 출판사였다. 이년 조금 못 채우고 퇴사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던 시간들이었다.


멋진 작가들이 쓴 멋진 책들을 많이 내는 출판사였던지라, 말로만 듣던 작가들을 실제로 볼 기회도 어렵지 않게 있었다. 책으로 먼저 접한 작가의 실물을 보면 다소 묘한 기분이 든다. 나를 감탄케 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문장들을 쓴 세계관의 전신이 저 사람이구나 하는 실감이 들면서 때로는 작가 뒤에 후광이 보이기까지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중행사는 도서전이었는데 작가님을 초빙한 행사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정말 드문 메가히트작을 쓴 작가님의 미팅을 수행할 일이 있었다. 세계 여러 국가로 판권이 수출된 책이었는데, 그중 하나인 프랑스 출판사의 에디터가 서울도서전에 오게 되면서 작가님과 미팅이 잡혔다.


프랑스 에디터는 작가님을 보자마자 포옹을 하고 감격하며 이 책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이 책이 출간되면 프랑스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 거라고 예상하는지 등의 이야기들을 했다. 그 감격은 옆에 앉아있던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 이후로 참석한 런던도서전에서도, 일본 출장에서도 이 책은 끊임없이 새롭게 논의되고 해석되었다.


책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세계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거구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문장의 힘에 대해 깨달았다. 문장은 사람을, 세계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나는 내가 만나는 작가님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에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것을 풀어낼 능력이 있다는 것, 독자들과 생각과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래, 내가 오랫동안 꿈꾸고 바란 삶은 이거였던 것 같아.

그렇게 접었던 작가의 꿈이 속에서부터 걷잡을 수 없이 다시 커졌다.



인스타그램: @byjeanc

웹사이트: https://www.artbyjea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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