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직원의 이중생활
회사를 다니면서도 속으로는 늘 그림을 그리는 삶을 꿈꾼 내게 퇴근 후 집은 ‘밤의 직장’이었다.
운이 좋게도 내가 다니던 회사는 본가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자전거를 타면 시간이 7분으로 단축이 되었는데, 출근시간이 오전 열 시인 덕분에 나는 아홉 시 이십 분에 일어나 재빠르게 세수와 양치를 하고 아침거리를 챙겨 자전거를 타고 회사를 가는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하며 소모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그림에 쓸 수 있었다.
퇴근 후 씻고 저녁을 먹고 하면 아홉 시 정도 되었는데, 저녁 아홉시부터 새벽 두 시 반까지는 듀얼스크린과 키보드 대신 종이와 물감이 내 업무 장비가 되었다.
낮의 직장과 밤의 직장은 두 가지 점에서 크게 달랐다. 안정적 수입의 유무, 꿈의 유무.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선택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새벽 두 시 반, 불을 끄고 캄캄한 천장을 바라보며 매일 밤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너 그림 그리는 삶 살 자신 있어?”
“실패한 예술가가 되어도 괜찮아?”
“꿈이 너를 구원할 수 있을까?”
“월급 안 받고 살 수 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하루 꽉 채운 피로가 나를 덮치면 곧 낮의 직장에 갈 시간이었다. 그렇게 일년 반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이중생활을 했다.
낮에는 출판사 직원, 밤에는 그림 그리는 화가.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주한 가을 초입의 어느 날, 다른 날들과는 다르게 확신이 마음에 들어찼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고 생각이 됐다.
낮의 시간을 밤의 직장에 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첫 직장이자 아마도 마지막 직장이 될 회사를 퇴사했다.
그리고 밤의 직장은 드디어 낮(과 밤)의 직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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