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피아니스트가 알려준 귀한 그림

작업의 지향점

by 진청
달이 내리는 밤 (2016), 진청


클래식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드뷔시의 'Claire De Lune'에는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담겨있어 종종 연주를 찾아 듣곤 한다. 그렇게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클래식을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충격적일 만큼 유려하고 아름다웠다.

(조성진 피아니스트 Claire De Lune 연주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97_VJve7UVc )


곧바로 반해서 다른 영상들과 인터뷰를 찾아보는데, 인터뷰 내용 중 이런 문장이 있었다.

"제 꿈은 엄청 커요... 저는 '귀한'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서 우리가 사는 현대에는 매 순간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귀할 것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불과 두 세기 전만 해도, 책은 귀한 물건이었다. 특히 그림책은 출판업이 발달한 유럽에서도 귀족들만이 소비할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장인이 한 장 한 장 그리거나, 판화로 찍어낸 후 바인딩 과정을 거쳐야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되었다.


그렇게 얻기조차 어렵다보니 혹여나 종이가 상할까 한 장 한 장 장갑을 끼고 넘기며 봤다고 한다. 당연히 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요즘 같이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세상에서 살고 있어 물론 편하고 감사한 마음이지만, 귀하다는 개념이 옅어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서 창작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귀하다'는 표현이 그렇게도 마음을 찌른 것 같다. 많은 고민을 통해 탄생한 내 작업도 누군가에게는 손가락 한 번에 피드에서 사라질 수 있다. 나 역시도 누군가가 몇 날 며칠, 아니면 몇 주, 몇 달을 고민해서 만든 작업에 1초의 시간도 주지 않고 피드 아래로 넘겨버릴 수 있다. 오늘의 세상에서 내 작업은 누군가에게 귀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창작하는 길을 걷기 시작한 이래로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과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런데 이와 상충되는 고민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소셜미디어다. 창작자에게 인터넷 상 플랫폼은 필수이고, 때로는 팔로워 수로 일이 들어오기도 한다는데, 아무래도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의 힘을 업으려면 자주 게시글을 업로드해야 한다.


내 기준에 차지 않는 게시글은 올리고 싶지 않은데, 마음에 드는 작업이 나오기까지 때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한 달 넘게 아무것도 올리지 못할 때도 있다. 나도 기존의 나의 방식을 버리고 디지털로 재빠르게 그려야 하나, 타협하고 싶은 유혹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연히 읽게 된 달빛을 연주하는 이의 인터뷰를 보면서 내 글과 그림의 지향점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라도 나는 귀한 그림과 글을 만드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은 것 같아.


인스타그램: @byjeanc

웹사이트: https://www.artbyjea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