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부터 초등 3학년 아들의 방학에 시작됐다. 코로나 19로 인해 출석 일수를 맞추느라 이주라는 짧은 단기 방학이었다.
방학임을 알리는 기상시간은 오전 10시. 덕분에 나도 같이 늦잠을 잤다. 비오는 날의 흐린 날씨가 동굴을 만들어주어 언제까지고 그대로 누워만 있고 싶었다.
눈을 뜨는 둥 마는 둥 한 채로 율이가 묻는다.
“엄마 오늘 아침은 뭐야?”
“밥”
“엄마 오늘 점심은 뭐야?”
“밥”
“아니~~~~, 방학인데 뭐 맛있는 거 없냐고요!!!!!”
“코로나로 7개월째 방학이구만 뭔 소리야!!!!”
내가 밥 때문에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보다. 목에 걸려 있던 스트레스가 내 감정선을 따라 빠르게 튀어나갔다. 율이 눈이 번쩍 떠졌다. 율이 한 테 살짝 미안하긴 했지만, 나에게도 쉼이 필요하다. 아들을 몰아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계산기가 빠르게 돌았다.
“율아, 얼른 밥 먹고 친구들 한테 전화해서 축구하자고 해. 평소엔 아이들 학원 가느라 못 만나잖아 지금은 방학이라 온라인 클래스 안 할 테니 애들 스케줄이 비어있을 거야. 아 얼른~~”
눈도 못 뜨고 해롱대는 아이 등을 떠민다.
“밥 차린다. 얼른 얘들한테 전화해봐”
율이가 전화를 들고 제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 헌이는 된데. 언제 나오냐고 하길래 내가 밥 먹고 전화한다고 했어.”
율이가 피아노 학원 갈 시간은 1시 20분이다. 지금이 10시 50분이니 놀 시간이 별로 없다. 난 아들에게 최소한 두 시간은 놀 시간을 확보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 마음과 상관없이 율인 세월아 내 월아 밥을 먹는다. 율이가 밥을 다 먹었다고 헌이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 헌이 지금 밥 먹는데 밥 다 먹고 전화하겠데.”
띠로리~~~ 초등3학년의 대화는 그렇게 허공에 뜬 구름처럼 떠다녔다.
보다 못한 내가 한소리 한다.
“율아 너 1시 20분에 피아노 가야 한다고 말은 했어?”
“아니,,,,,”
“야, 그럼 돌아가면서 기다리다가 끝낼래? 율아 헌이한테 네가 몇 시까지밖에 못 노니까 얼른 나오라고 얘기해 줘야지.” 떠가는 구름의 목덜미를 잡아채서 아들 앞에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축구하려면 헌이 기다리는 동안 다른 친구들 한테도 전화해서 나오라 해야 할 것 아냐~”
“아냐 나가서 전화하면 돼.”
헉...... 어쩜 이렇게 느긋할 수가 있는지 타들어 가는 건 내 속뿐이었다.
헌이를 기다리는 시간에 다른 친구들을 부르면 서로 시간이 맞아져서 놀 수 있는 시간이 늘 텐데. 헌이가 나오면 다른 친구들을 부른다니;;
“아휴. 답답해!”
아뿔싸. 내 한마디가 아이의 가슴에 박치기를 한다.
“엄마. 나도 내 방식이 있는 거야. 누가 엄마한테 엄마 방식을 두고 답답하다 그러면 엄만 좋겠어.?”
난 내 실수를 알아차리고 빨리 최대한 빨리 인정해야 했다.
“율아, 미안해. 엄만 율이가 친구들하고 시간 맞춰 놀려면 항상 다들 학원 때문에 힘드니까. 비도 안 오고 시간이 맞을 때 많이 놀았으면 해서 그랬어. 율이 방식을 두고 답답하다 해서 정말 미안해.”
아들 앞에 아들의 배움을 막아선 내가 보였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가 느긋하게 친구들을 만났다 하더라도, 그래서 30분밖에 못 놀았다 하더라도, 그랬으면 아이는 ‘아 이렇게 하니까 얼마 못 노는구나’ 생각하고, 그로 인해 행동이 바뀌고, 어렴풋이 나마 시간 개념도 생길 텐데. 나로 인해 아이의 배움은 또다시 다음으로, 나와 아이의 관계는 작은 틈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이들의 놀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누군가는 “아이고 애들은 원래 놀아도 놀아도 끝이 없어요. 못 놀았다 하고 더 놀겠다 하고 그걸 어떻게 다 맞춰주나요.” 한다.
아이들은 놀고 놀고 놀아도 놀 시간이 부족한 게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관계도 사회도 부지런히 배우며 자란다. 말하자면 놀 시간이 없이는 관계도 사회도 제대로 배울 수가 없다는 얘기다. 어른들은 항상 아이들에게 친하게 지내라고 말한다. 친하게 지낼 시간도 안 주면서. 혹여 아이들이 싸우기라도 하면 어른들은 싸웠다고 아이들을 혼낸다. 아이들끼리 마음 맞출 시간도 안 주면서 말이다.
그것을 알기에 외동인 아들의 놀 시간 앞에선 내 눈이 홀딱 뒤집어진다. 정해진 시간에서 최대한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아이가 관계를, 사회를 제때 제대로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물론 그 마음이 강하게 나를 조여 오는 날이면 오늘처럼 다른 것을 놓칠 때도 있다.
피아노 갈 시간 십이 분을 남겨두고 아들의 전화가 왔다.
“엄마, 친구들 이제 제대로 모였어. 축구하기 딱 좋은 인원이야. 나 피아노 빠지면 안 될까.?
“야!!! 안돼긴, 돼지~~~~ 엄마가 전화해서 말씀드릴게 재밌게 놀아~~”
“역시 엄마 최고~~”
난 오늘도 아들한테 지는 쪽을 택했다. 십 년을 살면서 아들한테 수없이 이겼던 나인데 한두 번 지는 게 대수냐 싶은 날이다.